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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기, 유럽의 메시아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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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발언 한 마디에 추락을 거듭하던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폭등으로 돌아섰다. 드라기가 금융시장의 구세주같은 역할을 했지만 속단은 금물이라는 지적이 속속 나오고 있다.

27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글로벌투자컨퍼런스에서 한 연설에서 “유럽 각국 정책입안자들은 유로화의 생존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ECB 역시 유로화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충분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믿어도 좋다”고 덧붙였다.
이 말 한마디에 스페인과 이탈리아 증시는 각각 5.62%, 6.06% 급등했고 독일 증시도 2.75%, 미국 다우 지수도 1.67% 뛰었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 유로존 국채 매입이나 올해 초 시행했던 3년 만기 무제한 유동성 공급(LTRO) 조치를 재개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과도한 흥분을 금하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ECB가 얼마나 시장에 개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ECB가 결국 현재 유럽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 한다는 지적이다. 또 독일의 반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WP)는 '드라기 총재가 유럽을 구하러 왔다는 것이 맞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WP는 유로존 위기의 구조적 문제점은 스페인, 이탈리아 등 문제 국가들이 통화 가치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이고 따라서 이론적으로 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무제한 유로 공급이 가능한 ECB라고 지적했다. WP는 ECB도 유럽 국가의 부채를 모두 갚아주겠다는 근원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유로존 부채를 지원하는 것은 ECB의 임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로존 국채 매입이나 유동성 공급은 물가 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ECB의 근본 임무인 물가 안정을 해치는 불법 행위가 될 수 있다. 이 부분은 늘 드라기 총재가 강조해왔던 것이다. 또한 ECB의 국채 매입이 정작 부채 위기를 일으킨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러한 점 때문에 결국 ECB의 개입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CB도 앞서 LTRO 등의 조치를 취했을 때 결국 유럽 부채위기를 해결할 주체는 유럽 정부라는 주장을 펼쳤다.

M&G 인베스트먼츠의 데이비드 로이드 기관투자 운용 부문 대표는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 행동으로 이어져 상황을 안정시키려면 결국 부채를 '공동화(mutualising)'하거나 ECB가 정부 부채를 모두 떠안는 '화폐화(monetising)'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ECB가 얼마나 시장에 개입할 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서 부회장을 지냈던 크리스토퍼 마호니는 유로존 위기 해법에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았던 독일이 유로존 국채 매입 재개에도 반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항상 ECB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물가 안정이라며 국채 매입 재개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따라서 마호니는 바이트만을 비롯해 독일 관계자들의 발언을 듣기 전까지는 드라기의 발언은 의미없다고 주장했다.

마호니는 드라기가 이러한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식으로 이야기 했지만 나중에는 가격 안정이라는 ECB 임무 내에서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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