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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론 뭇매…은행은 범죄집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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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금융기관이 아니라 범죄집단이네요. 우리가 꼭 범죄자가 된 것 같습니다."

23일 감사원이 '금융권역별 감독실태'에 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시중은행의 한 창구 직원은 이같이 말했다.
감사원이 적발한 소비자 기만 행위를 보면 소비자 입장에서 분노가 치민다. 은행권이 가산금리를 교묘히 올려 3년간 1조원의 금리를 더 챙겼고, 어떤 은행은 고졸 이하의 대출자에게 신용등급을 낮게 줬으며, 보험사들은 남녀에 따른 태아보험료 차이를 고지하지 않아 보험료를 더 받았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보면 곰곰이 생각해봐야할 구석이 적지 않다.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대출을 담당하는 한 은행원은 "금리는 일종의 시장가격으로 은행이 임의로 조작하기 힘들다"며 "당국에서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능력 향상이라는 게 결국 따지고 보면 신용도에 따라 가산금리를 차별화하라는 얘기 아니냐"고 되물었다.

학력에 따라 신용평가를 달리했다는 지적을 받은 한 은행 관계자는 "학력 항목은 첫 거래고객의 신용평가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거래 후 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미 이를 폐지했다"고 말했다.
물론 금융기관이라고 해서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 면죄부를 받을 순 없다. 신용을 먹고사는 은행은 더욱 그렇다. 은행이 감사원 발표 수준의 기만행위를 했다면, 그동안 은행이 쌓은 신뢰나 금융기관으로서의 신뢰성은 땅바닥에 추락한 것이다. 공정위의 CD금리 담합의혹은 말할 것도 없다. 실제 담합이 있었다면 어떤 변명으로라도 용서받기 힘들다.

그런 만큼 당국의 금융기관에 대한 접근은 보다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혐의만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해선 안 된다는 법 규정도 있지만 이번 사태에서 은행은 이런 법의 보호도 받지 못했다.당국의 혐의사실 고지만으로도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마녀사냥을 당했다.

담합이나 소비자기만행위는 중대 범죄다. 그런 만큼 이를 밝혀내는 것은 더 엄밀하고 치밀해야 한다. 과징금을 부과한 뒤 나중에 재판에서 무죄판정을 받는 일이 이번에도 되풀이된다면 정부가 뭔가 의도를 갖고 금융권 때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은 점점 커질 것이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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