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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문인수의 '앞과 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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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공동어시장 구판장 비닐 좌판 위에 이제 막 죽은 문어 두 마리가 잘 펴져있다 而而/雨雨, 길게 빠져나가는 슬픔은 이제 뉘 몫인지.//한 마리. 아직 죽지 않고 꿈틀거리는 놈 제 몸이 현재시각 무엇인지 급히, 그러나 참 느리게 한 군데도 빠뜨리지 않고 다 만져본다.(......)

■ '내리막의 눈'이라고 할 만한 게 있다. 산을 오를 땐 대개 바라보는 눈 앞에 산꼭대기와 하늘이 보이지만, 내려올 땐 저 아래 산자락과 바닥이 보인다. 저 섬뜩하고 불유쾌한 죽음과 익숙해지는 과정이 그 내리막의 눈이 하는 일이 아닌가 한다. 예민한 시인의 감관은 저렇듯 그 수업의 교보재를 곳곳에서 끌어온다. 문인수는 막 죽은 문어 두 마리다. 축 처진 형상 而而 거품을 품는 雨雨. 그런데 그 중에 한 마리, 다 죽지 않고 꿈틀거리는 것을 시인은 숨을 멈추고 들여다본다. 꿈틀거리는 것, 제 몸에 대한 내무검사같은 것이다. '제 몸이 현재시각 무엇인지 급히, 그러나 참 느리게' 이 문장에 담긴 생사의 경계와 긴박한 생의 최종호출. 그게 끝나면 이제 건조과정이 시작되리라. 건조과정, 이 건조한 말이 이토록 마음을 사무치게 한다. 내 가슴 속에 말라가는 당신의 기억까지, 마지막 습기를 내주는 문어 한 마리의 희미한 꿈틀거림.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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