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기상관측의 역사는 193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8년 조선총독부기상대 아래 설립된 '울릉도 측후소'는 그 해 8월 일조관측을 시작했다. 지금은 강릉지방기상대에 속해 있는 울릉도 기상대가 울릉도와 독도의 동네 예보를 생산하고 있다. 기상 예보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울릉도와 독도는 기후변화 감시망의 일부로 발돋움한다. 기상청은 2013년 완공을 목표로 울릉도와 독도에 기후변화감시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기후변화감시소 착공을 준비중인 울릉도 기상대를 지난 7일 직접 찾았다.
울릉도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서울에서 3시간 30분을 달려 동해 묵호항에 도착한 뒤 또 그만큼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야 한다. 울릉도는 평지가 거의 없고 섬 자체가 커다란 산이다. 같은 화산섬이지만 제주도와 달리 산세가 훨씬 거칠다.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울릉읍 도동리에 위치한 울릉도 기상대까지 가는 길도 줄곧 어지럽게 꺾이는 오르막길이다. 43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울릉도ㆍ독도 기후변화감시소는 울릉도 기상대 부지 안에 연구동과 연구지원동 2개 건물로 지어진다.
올해 4월 착공에 들어가 2013년에 완공될 울릉도ㆍ독도 기후변화감시소 설립은 국내 기후변화 감시체계의 '완성'이라는 의미가 있다. 울릉도ㆍ독도 기후변화감시소 설립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곳의 기후변화감시소가 있다. 가장 먼저 생긴 곳은 1996년 소백산 기상관측소가 이전하며 만들어진 안면도 기후감시센터다. 안면도 기후감시센터에서는 국내 기후변화감시 시스템을 총괄하고 있다. 2008년에는 제주도 고산에도 기후변화감시소가 생겼다. 문제는 나라의 동쪽을 담당하는 관시소가 없었다는 점이다. 서쪽은 안면도, 남쪽은 제주도가 담당했지만 동쪽은 계속 비어 있었다. 임 센터장은 "울릉도ㆍ독도 기후변화감시소가 설립되면 한반도에 들고 나는 공기를 완전히 감시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안의 기후변화 원인물질을 전반적으로 감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반도 동쪽으로 빠져나가던 공기의 유출입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출입 정보는 국가간 온실가스의 이동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서쪽의 중국에서 넘어 온 공기가 동쪽으로 빠져나갈 때 온실가스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정량적으로 파악이 가능해진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뿐만이 아니라 흡수량도 알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는 온실가스를 둘러싸고 협력과 규제가 강조되는 최근 국제사회 분위기 속에서 국가기후변화대응 전략을 수립할 과학적 근거가 된다. 신임철 기후변화감시센터 연구관은 "(흡수량 정보는)국가간 온실가스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나라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카드"라며 "배출량과 함께 우리나라가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도 얘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은 시급한 문제다.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안면도 센터에서의 관측 결과 1999년에는 370.7ppm이던 이산화탄소 농도가 2011년에는 395.1ppm으로 올랐다. 전지구 평균인 390.5ppm보다 높다. 게다가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지난 1000년간 최대 15ppm사이에서 증감을 반복해왔는데, 우리나라에서 불과 10년 사이 25ppm이 늘어났다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 효과가 약 2만 3900배나 더 큰 '최악의 온실가스' 육불화황(SF6)가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등의 생산가스에서 주로 배출된다는 것도 향후 국제협상 테이블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육불화황 증가율은 2008년부터 전지구 평균(6.5ppt)를 넘어섰다. 2011년에 기상청이 육불화황 세계표준센터를 유치한 것 역시 국제 신뢰도 형성을 위한 자료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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