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 저詩]윤동주의 '서시'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점 부끄럼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역대 대통령들이 좋아하는 시 1호로 꼽은 것이 이 시였다는 기사를 기억한다. 해방이 되던 해인 1945년 항일 혐의로 체포되어 옥사했다는 그 '깨끗한 이력서' 로 윤동주는 이 시의 맹세들을 증명했다. 지도자들은 짐짓 서시를 좋아한다고 말함으로써 윤동주의 염결주의에 편승한 혐의가 있다. 이 시는 어쩌면 시가 아니다. 시의 서장일 뿐이다. 그렇다면 본시는 어디로 갔을까. 이 처연한 각오로 써내려간 시들의 본령은 얼마나 굳세고 아름다울까. 하지만 나는 이 서시가 안내하는 윤동주의 진짜 시를 알지 못한다. 서시 밖에 쓸 수 없었던 한 시대의 다급함으로 읽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의 시 모두가, 이 서시의 게시판이 안내하는 시일까. 사후에 펴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은, 이 서시에 나오는 '하늘' '바람' '별'을 순서대로 이어놓고 있다는 사실은 서시의 비중을 읽게 한다. 윤동주의 서시는 이 나라 모든 시들을 아우르는 서장인지도 모른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 PICK

  •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요구안 의결…尹, 거부권 가닥 김호중 "거짓이 더 큰 거짓 낳아…수일 내 자진 출석" 심경고백 [포토] 오동운 후보 인사청문회... 수사·증여 논란 등 쟁점

    #국내이슈

  • "눈물 참기 어려웠어요"…세계 첫 3D프린팅 드레스 입은 신부 이란당국 “대통령 사망 확인”…중동 긴장 고조될 듯(종합) 골반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3년 만에 앉고 조금씩 설 수도"

    #해외이슈

  • [포토] 중견기업 일자리박람회 [포토] 검찰 출두하는 날 추가 고발 '시스루 옷 입고 공식석상' 김주애 패션…"北여성들 충격받을 것"

    #포토PICK

  • 기아 EV6, 獨 비교평가서 폭스바겐 ID.5 제쳤다 車수출, 절반이 미국행인데…韓 적자탈출 타깃될까 [르포]AWS 손잡은 현대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도 클라우드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이란 대통령 사망에 '이란 핵합의' 재추진 안갯속 [뉴스속 용어]한-캄보디아 정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