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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이빈섬 '혜화동, 암살의 새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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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왼쪽이더냐 오른쪽이더냐/내 심장과 반대쪽이더냐 같은 쪽이더냐/비통한 황제의 주검 앞에서도 나는 눈물을 아꼈다/백만의 눈물방울을 거둬 여기 총구에 잴 뿐이다/지금 창덕궁엔 밤을 새운 혼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리/내내 저벅거리던 발자국 소리 그쳤다/호각소리 그쳤다 비도 그쳤다/사이토 마코토,/적막 속에서 부옇도록 닦아온 총을/내 입속에 넣으며 나는 듣는다/나는 조선의 총구(銃口)다/나는 조선의 총구다/일제의 심장을 겨누는 조선의 심장이 뛴다/너를 죽이마/내가 죽이마

■ 일제시대 만주에서 활약한 여자 독립투사 남자현을 읊은 스토리시(詩) 중의 한편이다. '여자 안중근'이라고도 불렸던 그녀는 당시 일본 총독을 암살하기 위해, 조선 한성의 혜화동으로 잠입해 기회를 노린다. 삼엄한 경계 속에서, 총구를 닦으며 기회를 엿보던 날들의 그녀를 만난다. 죽음을 각오하고 나라를 위해 피를 말리던 이 여인을 잊는 것은 역사를 외면하는 일이 아니던가. 그녀는 해방 이후, 조선 여성 독립운동가로서는 가장 높은 등급의 훈장을 받았지만, 우린 이미 오래 전에 그녀를 기억에서 지워버리지 않았던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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