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잡을 데 없는 외모는 배우에게 어느 시점까지는 날개가 되지만 또 어느 시점부터는 한계가 되기도 한다. 잘생긴 배우들을 거론할 때 단박에 호명될 만한 주진모는 미남배우들의 등용문으로 여겨졌던 자양강장제 CF를 통해 비교적 빨리 이름을 알릴 수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연기에 진지한가보다는 어디서도 도드라지는 얼굴에 더 주목했다. “외모요? 독이 될 수 있죠. 저는 처음부터 날개가 아니라 독이었어요. (웃음) 시작할 때부터 누구누구랑 비슷하다고들 했으니까요. 난 난데. 그래서 얼굴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 친구가 이런 감정을 표현하네?’하는 반응을 이끌어냈어야 했어요. 20대 때 센 영화, 실험적인 캐릭터를 일부러 더 많이 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죠.”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작품을 거듭 할수록 주진모는 거친 세계에서도 멋질 수밖에 없는 남성적인 캐릭터에 특화되었다. 첫사랑을 위해 목숨을 내놓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랑>의 순정남이나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무적자>의 수트가 어울리는 보스처럼 그의 주무기는 ‘멋진 남자’다. “주어지는 인물들이 남성적이고 그걸 표현했을 때 인정받다보니까 그런 작품만 들어와요. (웃음) 다른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니까요. 특별하게 ‘나 변신할 거야’보다는 그 안에서 조금씩이라도 다른 느낌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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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관과 신사> (An Officer And A Gentleman)
1983년 | 테일러 핵포드
“영화라는 장르가 가진 힘이 있더라구요. 인생이나 생각의 틀도 바꿀 수 있죠. 무엇보다 꿈을 꾸게 만들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사관과 신사>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예요. 초등학교 때 봤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감성적인 것들을 많이 느꼈죠. 지금 생각해도 희한해요. 친구들은 딱지치고 있는데. (웃음) 마지막 해피엔딩도 참 멋있죠. 이루지 못한 걸 이뤄지게 만드는 희망을 주잖아요. 이런 영화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해군 생도 잭(리차드 기어)과 여공 폴라(데브라 윙거)의 사랑은 흔한 러브 스토리의 전개를 따라가지만 그들이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순간만큼은 그 어떤 순간보다도 특별하다. 영화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지만 현실에선 불가능해도 일어났으면 하는 일들을 실현시켜주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사관과 신사>처럼.
2. <조 블랙의 사랑> (Meet Joe Black)
1998년 | 마틴 브레스트
“멜로영화를 좋아해요. 엊그저께 다시 본 영화가 <조 블랙의 사랑>이에요. 브래드 피트가 한창 혈기왕성할 때 더 정제된 연기를 보여줬죠. 전 기본적으로 이성적인 거보다 감성적인 걸 더 좋아해요. 영화도 공감할 수 있고, 어떤 강한 느낌을 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남자들이 보면 흔히 ‘아, 심심해. 졸려. 밋밋해’라고 할 만한 영화들을 다른 시각에서 보면 따듯하고,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거든요. 이 영화처럼요.”
3.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
2003년 | 리처드 커티스
“겨울이 오면 집에서 항상 보는 영화예요. (웃음) DVD도 매년 하나씩 사서 지금은 집에 4개나 있어요. 따뜻하고, 악역이 없어서 좋아요. 사랑이란 단어를 좋아하는데 <러브 액츄얼리>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여러 가지 모습의 사랑이 다 담겨있죠. 사랑 이야기에 있어서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랄까요?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들도 하나같이 굵고 세지만 이 남자가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다 사랑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더 끌리는 것 같아요.”
<러브 액츄얼리>에는 안타까운 사연도, 가슴 아픈 사랑도 있지만 다양한 커플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누구든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짧은 시간 함께 한 만남이지만 사랑하기에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좋아하는 부하직원의 집을 찾아 헤매는 총리의 모습은 판타지라 할지라도 사랑스럽다.
4. <대부> (Mario Puzo's The Godfather)
1977년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20대 시절, 혈기왕성할 때 봤던 <대부> 시리즈는 남자배우라면 누구나 다 한 번쯤 이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을 걸요? (웃음)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그렇고 그 전에 준비하는 동안에도 이 영화를 보면서 롤모델도 만들고, 제 방식으로 대사도 따라 해봤던 영화예요. 마초 캐릭터의 근간이 되는 영화다 보니까 캐릭터 외적으로 보이는 것보다 풍기는 이미지에서의 나오는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많이 참고하게 되더라구요.”
누구나 알고, 누구나 얘기하는 영화사의 교과서. 가족과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 강해지려고 악착같이 살던 남자는 결국 무자비한 삶의 방식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그 비극과 복수는 대를 이어 계속된다. 이 간단한 줄거리 안에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비극이 모두 담겨있다.
5. <브레이브하트> (Braveheart)
1995년 | 멜 깁슨
“좋아하는 영화가 많아서 오히려 고르기가 힘드네요. <브레이브하트>는 정말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는데요, 군대 이등병 시절에 특별 상영으로 본 영화입니다. (웃음) 보는 내내 뭔가 마음에서 불끈불끈하면서 ‘아, 이게 영화구나’ 싶었죠. 당시에는 작대기 하나 단 막내였는데 각 잡고 부동자세로 2시간을 앉아 있는 게 쉽지 않았는데도 영화에 빠지다보니까 상황에 대한 부담감이나 고참들에 대한 압박을 다 잊게 되더라구요. 그런 상황에서 봤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웃음)”
제작과 주연, 연출을 맡은 멜 깁슨에게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안겨준 <브레이브하트>는 전형적인 히어로물이다. 스코틀랜드의 전설 속 영웅의 투쟁은 할리우드에서 스펙터클한 액션물로 재탄생했고, 자유를 염원한 윌리엄 월리스를 전 세계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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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모는 데뷔한 이후 매 작품마다 주연이었으며, 이제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는 13년차 배우지만 여전히 불안하고 고민이 많다. 그러나 그 고민에서는 앞으로의 10년을 치열하게 보낼 수 있는 동력이 엿보인다. “아직까지는 대중들한테 크게 인정받은 것 같진 않아요. 마니아는 형성한 것 같은데. (웃음) 그래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그러더라구요. ‘한번쯤 터뜨려야 니가 뭘 해도 따라오고, 돈도 벌 거 아니냐’ 그러다보니 여태까지 내 고집만 피웠나 싶더라구요. 그렇다고 제가 드라마에 꽃미남으로 나올 수는 없지만 (웃음) 요즘 많이 혼돈스러워요. 대한민국에서 배우로서 10년 이상 일해보니까 ‘아. 현실이 이렇구나’ 싶죠. 배부른 고민일 수도 있지만 제 스스로 꿈꾸고 있는 욕심이 있는데 지금이 정체된 건 아닌가 느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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