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프로에 데뷔한 글쓴이는 이어진 시범경기에서 사력을 다해 뛰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빠른 적응과 주전자리 확보다. 시즌 경기보다 몇 배 더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빈 것 같다.
글쓴이는 사실 일반 신인들과 조금 다른 형태로 프로에 입성했다. 1995년 3월 군 복무를 마치는 바람에 롯데 구단의 전지훈련을 참가하지 못했다. 감독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죽기 살기로 시범경기를 뛰어야 했던 셈. 그 시절만 해도 주전 경쟁은 그리 치열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주전 선배들은 설렁설렁 시범경기를 소화했다. 그들의 포커스는 온통 개막전에 맞춰져 있었다. 컨디션을 일찍 끌어올린 몇몇 선배들이 몸 관리에 실패했다며 울상을 지을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시범경기 성적에 신경을 쓰지 않는 선수는 팀당 10~15명 정도다. 올 시즌은 이들마저도 방심할 수 없다. 박찬호, 김병현 등 해외파들의 복귀에 빼어난 외국인들의 가세, FA 및 보상선수들의 이동 등이 더 해져 주축선수가 아니라면 누구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느 때보다 뜨거운 시범경기가 기대되는 주된 이유다.
각 구단들은 시범경기를 통해 상대의 전력을 대략 파악할 수 있다. 선수들이 전력을 쏟을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승패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경기 속에서 감독, 코치, 선수들은 어느 팀이 더 강하고 약한지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그래서 올 시즌은 과거와 달리 보다 일찍 강팀과 약팀이 구분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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