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이제 작은 산을 넘었을 뿐이다. 어려운 승부는 지금부터다.”
힘든 고비를 넘기고 한숨을 돌렸지만 더 큰 무대를 준비하는 사령탑의 표정에는 신중함이 엿보였다.
대표팀은 지난달 29일 쿠웨이트와의 3차 예선 최종전에서 2-0으로 승리를 거두고 최종예선 티켓을 확보했다. 최종예선은 오는 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조 추첨을 시작으로 6월 3일부터 본격적인 막을 올린다.
최강희 감독은 “쿠웨이트전이 어려운 승부라고 했지만 작은 산이었다. 앞으로 더 큰 산이 남아있고 최종예선에서는 훨씬 어려운 승부를 해야 한다”며 “앞으로 3개월 정도 시간이 남았다. 9일 조 추첨을 통해 상대가 결정되면 거기에 맞춰 준비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올림픽대표팀과의 선수차출 문제는 어떻게 조율할 생각인가
▲올림픽 본선이 7월에 있고 최종예선과는 한 두 경기 정도 겹칠 것으로 예상한다. 국민정서상 올림픽도 중요하다. 이번에는 올림픽대표팀도 준비를 잘하면 최초로 메달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서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A대표팀은 6월 3일과, 8일, 11일 3경기가 예정돼 있다. 일정이 겹치지 않으니까 상대국가가 결정되면 최대한 좋은 능력을 가진 선수들을 선발하겠다.
-최종예선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할 생각인가
▲최종예선에 진출한 팀들은 모두 만만치 않다. 다른 팀들도 한국을 까다로워하고 두려워할 것이다. 최종예선은 한 골 승부이고 매 경기 결승전이라는 생각으로 단판승부를 준비해야 한다. 작은 실수나 집중력 싸움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다. 쿠웨이트전을 치르면서 경기력 못지않게 정신력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선수선발과 훈련방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종예선 선수구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쿠웨이트전은 10일이라는 시간이 있었고 K리그에서 뛰는 경험 많은 선수들로 구성했다. 최종예선은 훈련 시간이 많지 않다. K리그와 해외파를 총망라해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이는 선수들을 뽑는다면 최종예선에서도 충분히 좋은 경기를 펼칠 것으로 본다. 조 추첨이 끝나면 선수구성과 대표팀 운영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박주영(아스널)의 쿠웨이트전 풀타임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활용방안은
▲후반에 고민을 했다. 이동국(전북)과의 조합을 분명히 생각해야 한다. 박주영이 팀에서 경기를 못나가고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대표팀에서 예전 기량을 회복하기를 기대했다. 향후에도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만 대표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
-최종예선에서 일본과 같은 조에 속할 수도 있는데
▲이란 원정은 고지대와 시차, 비행시간을 고려했을 때 힘든 상대다. 일본도 까다롭지만 그런 문제는 없다. 일본이 많이 좋아졌지만 한국축구가 일본에 뒤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에 같은 조가 된다면 진검승부를 해보고 싶다.
-K리그 팀에 추후 훈련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것인가
▲곤란할 것 같다. K리그 시즌이 시작됐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대표팀 경기나 훈련 일정은 룰에 따라야 할 것 같다.
-쿠웨이트전이 끝나면 대표팀 운영방안에 대해 입장을 밝힌다고 했는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대표팀은 무조건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하고 최종예선이라는 큰 목표가 있기 때문에 비전과 미래가 있어야 한다.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고 선수구성이나 세대교체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큰 틀을 가지고 준비하겠지만 결국 매 경기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일단 선수구성을 마치고 차근차근 팀을 재편해야 한다.
-최종예선까지만 팀을 맡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나?
▲쿠웨이트전을 치르고 나서 생각이 더 확실해졌다.
-이기는 축구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상대에 따라 대응하는 방법이나 훈련하는 방식, 전술적으로 변화를 주는 것을 말한다. 또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되고 젊은 선수들을 흡수해야 한다. 그러나 무리하게 세대교체를 하면 경기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런 부분이 고민이다.
-월드컵 본선에서 해외 감독이 팀을 맡아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나
▲K리그에 젊은 지도자가 많이 있고 성과를 내고 있다. 모두 한국축구의 큰 자산이다. 대표팀이 월드컵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줘야한다. 짧은 시간에 팀을 만들기 위해 월드컵을 경험한 사람에게 기회를 줘야한다는 뜻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소화하기 힘든 자리다. 젊은 세대들도 공부를 많이 하고 능력을 발휘하고 있으니까 시간을 충분히 주면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믿는다.
-쿠웨이트전 후반 20분까지 골이 안 터졌는데 당시 심정과 2골을 넣었을 때 표정 변화가 없었는데
▲경기 끝나면 비행기 표를 끊고 이민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강하게 나오고 어려운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더 나쁘게 흘렀다. 기본적으로 선수들을 믿고 있었고 60~70분이 지나면 상대가 체력이 떨어질 거라고 판단했다. 선수 교체로 변화를 주려고 했고 이긴다는 확신이 있었다. 3번째 골이 들어갔으면 웃으려고 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 sport@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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