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그동안 충분한 안내가 없었을 뿐더러 일부 은행과 카드사에선 아직까지 기존 마그네틱 카드를 IC카드로 모두 바꿔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고객이 은행 창구로 찾아가 요구해도 바꿔주지 못하는 것은 대형 카드사인 BC카드가 미처 충분한 IC칩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BC카드 측은 11개 은행별로 카드 디자인이 달라 예상 시점보다 IC카드 입고가 늦어진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IC칩 제조업체의 생산 능력이나 공급 스케줄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탓이다. 2004년부터 교체 작업을 추진해 왔다는 금융감독원의 설명을 무색케 한다.
당국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자주 보아온 탁상행정의 표본이자 여태 갑(甲)의 위치를 못 버린 금융회사의 고객 무시 행위다. 이용자의 혼란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어도 은행 및 카드사가 고객이 요구하면 바로 IC카드로 바꿔줄 수 있을 때까지는 ATM 이용 제한 시기를 늦춰야 한다. 고객 자신의 부주의ㆍ태만이 아닌 금융회사의 무신경ㆍ무책임이 결합된 부실 대응으로 인한 카드 미교체에 따른 불편을 고객에게 떠넘겨선 안 된다.
당국은 거창한 제도 개선이나 첨단 금융상품 개발에만 신경 쓰지 말고 금융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야 한다. 금융회사들도 입으로만 고객 만족을 외치지 말고 고객 불편을 찾아 해소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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