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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바다곤충 '요각류' 연구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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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각류(橈脚類)는 바다에 사는 생물종의 하나로 헤엄치는 다리 모양이 마치 배를 저을 때 쓰는 노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한자표기의 이름이다. 전문 학술용어로는 '코페포다(copepoda)'이며 우리말로는 배의 '노'자를 따서 '노벌레'라고 한다. 우리말로 표기해야 하지만 불행히도 아직은 요각류가 가장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대부분 몸길이 1㎜ 이내에서부터 수㎜까지의 크기로 현미경으로 보아야만 정확한 형태를 관찰할 수 있는 작은 크기이다. 이렇게 작은 몸집을 가지고 있지만 있을 것은 다 있다. 3개의 눈, 2개의 촉각, 5쌍의 다리, 2쌍의 부속지가 달려 있으니 말이다.

바다에 사는 요각류의 종류는 문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7500종 이상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새로운 종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종류가 다양하고 수가 많다는 점과 먹이사슬에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 때문에 육상의 곤충류에 비유된다. 즉, 새가 곤충류를 먹고 살아가듯이 바다에서 대부분의 물고기는 요각류를 주요 먹이원으로 한다. 이제부터 요각류를 '바다의 곤충'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러면 바다에서 요각류는 왜 중요한가? 답은 간단하다. 많은 바다 생물들이 요각류를 먹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요각류의 영양가치는 매우 높다. 흔히 콜레스테롤를 저하시키고 뇌기능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인 EPA와 DHA의 함유량이 특히 높고 비타민 B1도 풍부하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요각류의 높은 영양가를 생선을 통해 섭취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바다에 요각류가 없다면 우리 밥상에 생선이 올라오지 않거나 영양가 낮은 생선요리를 맛볼 수도 있다.

요각류는 바다생물의 먹이로서뿐만 아니라 바다의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바다환경 변화의 지시자로서도 중요한 연구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런 중요성을 앞서 예견한 듯이 미국ㆍ영국을 비롯한 해양강국들은 수십 년 전부터 고정된 조사정점을 정하여 매주, 혹은 매달 요각류의 밀도와 종류변화를 감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오래된 프로그램은 1800년대부터 진행되어 왔다니 놀랄 만한 사실이다. 이 프로그램들의 목적은 단순하다. '미래의 바다 환경은 어떠할까?'라는 물음에 답을 주기 위해서다.

해양생물 연구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요각류 연구도 몇 년간의 연구로 바다환경의 변화를 밝힌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요각류 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연구자들도 놀랍지만 수십 년간 연구비를 지원한 정부당국의 자세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해양선진국들은 수십 년간의 자료를 바탕으로 물리학적으로 해석이 모호한 기후변화와 연관된 바다환경 변화의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높은 수준의 학술전문지에 투고하여 그들의 연구성과를 알리고 있다. 요각류를 전공한 학자로서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우리나라 연구현실과 비교해 볼 때 부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대양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동해, 난류의 영향을 받는 남해, 중국의 연안환경에 영향을 받는 서해, 3개의 특징적인 바다를 가지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시작하면 다른 나라보다 더 나은 연구결과를 제시할 수 있는 바다가 우리 가까이에 있는 것이다. 해양과학연구에 대한 투자는 특성상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 경제논리로 해양과학연구에 대한 투자를 아낀다면 해양강국의 진정한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다. 5대 해양강국은 그냥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연구자의 장기적인 안목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요각류라는 작은 생물에서도 우리나라 바다의 미래를 예견하는 단서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장민철 한국해양연구원 남해특성연구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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