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정업소 유명무실.. 보증금 1억이상 매물 위주
이탈리아인 안드레아(24)씨가 '글로벌 중개업소'로 지정된 사무소에 집을 찾아달라고 요청하자 되돌아온 답이다. 현금 1억원을 맡긴 후 월세를 내야 물건을 소개해준다는 말에 깜짝 놀란 안드레아씨는 바로 생각을 접었다. 적어도 생면부지의 땅에 선 외국인에게 이렇게 많은 돈이 필요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서울 물가가 비싸다는 말을 실감한 대목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들이 존재 자체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두 달간 서울에 머물렀던 스위스인 니콜라(23)씨는 "글로벌 중개업소를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독일인 크리스(25)씨도 "전혀 몰랐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학생들이 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지난해 자신이 직접 외국인들을 위한 부동산 정보 공유 사이트를 개설했다"며 "이때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글로벌 중개업소를 찾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는 서울글로벌센터(http://global.seoul.go.kr)와 서울시 홈페이지(http://english.seoul.go.kr)다. 각각 149개와 158개의 글로벌 중개업소 목록이 나와 있다. 그러나 중개업소의 전화번호나 위치만 알 수 있을 뿐 자세한 정보는 알 수 없다. 게다가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글로벌 중개업소를 이용한 외국인은 268명에 불과하다.
2011년 12월 법무부에서 밝힌 한국 내 외국인 체류자는 140만여명이다. 이 중 유학, 교환학생, 어학연수 등으로 온 사람은 10만여명이다. 그 외에 단기 체류자도 많다. 이들은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임차 수요자로 떠오르고 있지만 체계가 부족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글로벌 중개업소에 비싼 매물만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족한 홍보와 관련해서는 "공항, 글로벌센터,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토지정부시스템 등에 알리고 있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이 알 수 있도록 다양한 홍보방법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시는 글로벌 중개업소를 170개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2014년까지는 200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대해 크리스씨는 "인지조차 못하는 업소 숫자만 늘리기보다 실제 외국인들이 믿고 찾을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