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보에 청암 추모글 올려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가느다란 발목으로 엄청난 무게의 제철소를 어떻게 지탱하셨는지···”
이미 2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정확한 날짜는 기억 못하지만 당시광양제철소 부인회에서 활동하고 있던 황 씨는 박 명예회장이 퇴진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 소문은 포항과 광양은 온통 술렁거리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 때 부인회에서는 그의 퇴진을 슬퍼만 할 것이 아니라 퇴진을 반대하는 뜻을 모아 박 명예회장에게 전달키로 했다. 황 씨는 “저는 정치인도 아니고 반대운동 경험도 없지만 부인회·동장협의회·주민자치회 등의 많은 사람과 함께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을 든 채 주택단지를 돌고 또 돌았다”고 회고했다.
강당으로, 다음 날 또다시 헬기장으로 장소를 옮겨가며 반대시위가 계속되자, 이를 접한 박 명예회장 내외가 직접 시위대들이 모여 있는 운동장을 찾아왔다.
황 씨는 “그때의 충격이란! 회장님은 엄청난 무게의 제철소를 그렇게 가느다란 발목으로 지탱하고 계셨습니다”며 “제 손에 꽉 찬 가녀린 발목은 쇠약해진 제 아버지의 모습처럼 가슴에 오랫동안 남았다”고 전했다.
황 씨가 하던 음식점이 어려워지자 남편은 부인을 돕기 위해 1987년 24년간 정들었던 직장을 명예퇴직했다. 황 씨는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남편의 퇴직 후 제가 하던 사업까지 실패해 아픔을 감당하느라 많이 힘들었지만 버틸 수 있었던 건 주위의 도움과 함께 포철인이었다는 강한 자존심 덕분”이었다며 “지금은 남편이 저도 사랑해 마지않던 회사를 퇴직했지만 한가족 이었음을 잊지 않으며, 품질이 곧 회사의 생명이라고 여기시던 회장님의 신조대로 좋은 음식을 만들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황 씨는 박 명예회장에게 “그리운 분들께 회장님과 함께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안부를 전합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더 좋은 모습으로 늘상 그 자리에 서 있겠습니다”로 추모글을 마무리 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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