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미국 IBM의 CEO 사무엘 팔미사노가 여성인 버지니아 로메티 선임부사장을 후임에 임명하면서 한 말이다. 100년 역사의 IBM에서 여성 CEO가 탄생한 것은 처음이다. 더구나 IBM은 가장 남성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양복, 넥타이에서 양말까지 푸른색으로 통일한 군대식 드레스코드가 전통이었다. 지금도 회사 주요 행사 때는 사가(社歌)를 부른다. 그런 기업이 여성 CEO를 선택한 것이다.
한국에서 여성 CEO, 여성 임원의 현실은 어떤가. 어제오늘 신문은 삼성그룹의 임원인사를 전하면서 '여성 중용'을 큼지막하게 보도했다. 부사장에 오른 삼성전자의 심수옥 전무는 화제의 중심이 됐다. 삼성의 여성 임원 승진은 모두 9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한다. 하지만 승진 임원이 총 501명이니 여성 비율은 100명에 2명꼴이 채 안 된다.
이건희 회장이 얼마 전 "여성도 CEO를 할 때가 됐다"고 말한 데서 엿보이듯 삼성은 그래도 여성 인재 중용에 가장 앞서간다는 평을 듣는다. 연말 대기업의 인사가 이어지지만 여성 CEO는커녕 삼성만큼이라도 여성에 시선을 돌린 곳은 보이지 않는다. 여성 총리, 대법관, 국회의원에서 사관생도까지 나오는데 왜 기업의 CEO는 없는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재벌그룹 총수, 간판 계열사의 CEO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오너 일가라는 선택된 배경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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