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탕이 '유목민' 신세가 된 것은 페더빌딩에 더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고 입점하겠다고 나선 아베크롬비 때문이다. 아베크롬비는 2만5000평방피트(1ft²=0.092㎡)의 매장 임대료로 한 달에 100만달러(약 11억원)를 지불했다. 상하이탕이 내던 임대료의 세 배 이상이다.
부동산중개업체 CBRE에 따르면 홍콩에서 문을 연 소매유통업체들은 올해 중심 상권 지역 임대료로 1년 평균 1 ft²당 1700달러를 지불한다. 임대료 기준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땅 값이 비싼 미국 맨하튼의 1 ft²당 1900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다.
홍콩에는 이미 상당수의 외국계 브랜드들이 입접해 있거나 입점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의류브랜드 갭은 지난달 25일 홍콩에 첫 매장을 열었고 포에버21은 첫 매장 오픈 준비를 마무리 하고 있다. 자라, H&M은 각각 2004년과 2007년에 홍콩에 둥지를 틀었다.
홍콩에는 큰 손 '왕서방'들이 많다. 지난해에는 중국인 2300만명이 홍콩을 다녀갔다. 1년 전 보다 그 수는 25%나 늘었으며 이들이 홍콩에서 소비한 돈은 130억달러에 이른다. 중국 관광객들이 같은 기간 프랑스를 방문해 소비한 돈 보다 17배나 많다. 중국인들이 홍콩에서 지갑을 유독 잘 여는 이유는 같은 물건인데도 중국에서 사는 것 보다 값이 싸기 때문이다.
홍콩을 방문한 한 중국인 관광객은 "홍콩에서는 제품에 세금이 안 붙기 때문에 상하이에서 물건을 살 때 보다 20% 저렴하게 살 수 있다"면서 "가짜 물건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아도 되고 품질도 왠지 더 좋은것 같아서 홍콩에서 화장품이랑 핸드백을 여러개 샀다"고 말했다.
외국계 브랜드들도 홍콩 입점을 선호하고, 중국인들도 홍콩에서 지갑을 열기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홍콩 소매판매액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홍콩의 소매판매 액은 420억달러를 기록, 2009년 399억달러 보다 크게 늘었다. 최근 1년 반 동안 소매판매액은 그 전보다 17~28% 증가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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