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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둘째주]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에서 <타워 하이스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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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긴 제목의 영화는 외우기도 어렵고 ‘우행시’, ‘여친소’처럼 줄여 부르는 것이 정석이건만 어쩐지 이 영화의 제목은 한자, 한자, 또박, 또박, 정성과 분노를 담아 읽어 내려가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 이름 하여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 “다른 회사에 가려면 내 추천서 필요하지? 넌 내 소유야. 내 물건. 죽을 때까지 내 밑에서 일 할 생각해.” 알량한 권력을 무기 삼아 온갖 폭언을 안기고(케빈 스페이시), 낙하산으로 사장이 된 주제에 평생 헌신한 동료들을 장애인이다 뚱뚱하다는 이유로 해고하고(콜린 파렐), 둘만 있는 상황이면 상상도 못할 성희롱을 해 대는(제니퍼 애니스톤) 직장상사들. 어느 날 참다못한 동네 친구 ‘삼총사’는 아예 서로의 상사들을 죽여버리자는 간 큰 모의를 시작합니다. 멋진 영국 마초 콜린 파렐을 1:9 가르마 대머리 진상 보스로 둔갑 시키는 등 화려한 출연진의 의외의 모습을 선사하는 이 영화는 물론 잘 만들었다면 액션 스릴러 버전의 <오피스>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 했나요.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제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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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직장인을 살인자로 만들거나 도둑으로 만드는 세상. 11월 17일 개봉작들은 여기 저기 쥐 죽은 듯 살아왔던 성실한 샐러리맨들의 심장에 불을 지릅니다. <타워 하이스트>의 조시(벤 스틸러)는 뉴욕 최고급 주거지 ‘타워’의 관리 지배인입니다. 잘 맞춰진 시계처럼 성실하던 이 남자를 한 순간 금고털이범으로 만든 사연은 이렇습니다. ‘타워’의 꼭대기 층 펜트하우스에 살며 <포브스> 부자 순위도 이름을 올린 투자 전문가가 자신과 동료들이 평생 모은 재산을 날려버리는 사기를 치자, 법이 찾아줄 리 만무한 그 돈을 스스로 찾아 나서게 된 거죠. 어떤 이들의 인생을 절망으로 밀어 넣은 상태에서도 이 오만한 부자는 그들의 돈을 껌 값 취급하며 “너희 같은 일용직 근로자는 언제나 대체 가능하다”고 비꼽니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얼마 전 맨해튼 월 스트리트를 뒤덮은 분노한 시위대를 와인을 홀짝 거리며 ‘구경’하던 그들이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러시아워>, <프리즌 브레이크>의 브랫 레트너가 감독한 <타워 하이스트>는 세상이 우리를 구할 의지가 없을 때, 목을 내놓고 죽을 날만 기다리지 말고 강탈 당한 모든 것을 그들로부터 스스로 빼앗으라고 부추깁니다. 짜릿한 탈취극이자 통쾌한 복수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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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젊음이란 것의 얼굴과 마주 하고 싶을 때 <이유없는 반항>을 찾아보곤 해요.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저버렸던 청춘. 하지만 청바지에 흰 셔츠, 빨간 점퍼를 입은 제임스 딘은 영원히 박제 되지 않은 채 그곳에 펄떡이며 살아있습니다. 포마드를 잔뜩 바른 머리를 쓰윽 한번 쓸어 올리고 어쩌면 세상 끝일 지도 모르는 절벽을 향해 엑셀을 밟으며. 지난 10월 27일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 CGV 무비꼴라쥬에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사랑은 비를 타고>, <로마의 휴일> 등을 상영하는 ‘클래식 필름즈 in CGV’라는 기획전이 열리고 있는데요. 11월 18일 CGV 오리에서는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이유없는 반항>을 마음만은 언제나 제임스 딘, 영화평론가 김영진과 함께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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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에 단 한번 온다는 그 날. 지금 당장 연인의 손을 잡고 에펠 탑 아래서 사랑을 맹세하고 가을의 몽마르트 언덕을 함께 오르지 못한다고 해도 걱정 마세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원래 11월 13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프랑스 영화의 황금기:1930-1960’의 상영작 중 총 11편을 11월 15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간 연장하여 상영하는데요. ‘무서운 아이들’이 몰고 온 ‘누벨바그’의 파도 이전, 실로 프랑스 영화의 황금기로 불리었던 이 시절의 영화를 극장에서 볼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으셨을 거예요. 마르셀 카르네의 <북호텔>부터 장 르누아르의 <프렌치 캉캉>까지, 11월에 만나는 11편의 프렌치 무비는 아마 천 년의 빼빼로 보다 훨씬 달콤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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