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상이 상상을 죽인다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유인책이 창의성을 파괴한다.' 앨빈 토플러와 함께 세계적인 미래학자로 손꼽히는 다니엘 핑크의 주장은 단호하다. 성과를 끌어내려 걸어놓은 상(賞)이 되레 창조적인 생각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약 5만 년 전. 그는 이 시대를 생물학적 욕구가 인간의 행동을 이끄는 '동기 1.0'의 시대였다고 말한다. 그 뒤로 이어지는 게 보상을 바라는 욕구의 시대인 '동기 2.0'의 시대다.
다니엘 핑크의 이 같은 말을 뒷받침하는 실험 결과는 여럿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미국 카네기멜런대학교 대학원생 디씨의 실험이다. 동기이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두 무리로 나뉜 사람들에게 퍼즐 문제를 하나씩 주고 풀도록 했다.
세 번으로 나눠 진행한 실험에서 한 그룹에게는 두 번째에 보상을 줬고, 다른 한 그룹에겐 전혀 보상을 약속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두 번째 실험까지는 보상이 있으면 성과가 높아진다는 기존의 동기이론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디씨는 그 뒤 두 번의 추가 실험을 했고, '돈이 어떤 행위에 대한 외적 보상으로 쓰일 경우 사람들은 그 행위에 대한 내재적인 관심, 즉 진정한 관심을 잃어버린다'는 결론을 냈다.
'동기 3.0' 시대의 개막은 실험실이 아닌 현실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16년 동안 공을 들여 만든 백과사전 'MSN 엔카르타(Encarta)'와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Wikipedia)'의 사례가 그 대표적인 예다.
전문필진과 편집진이 상당한 보수를 받고 수 천개가 넘는 표제어에 대한 글을 써 만든 MSN 엔카르타와 수 만 명의 자원자가 재미 삼아 내용을 작성한 위키피디아. 지금 살아남은 것은 막대한 자본을 들인 MS의 백과사전이 아닌 위키피디아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다.
다니엘 핑크는 이에 대해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인간의 동기에 대한 전통적이고도 상식적인 이론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며 "이제는 사람들이 물질적인 보상을 바라는 게 아니라 어떤 행동을 하면서 얻는 즐거움을 보상으로 생각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카림 라카니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경영학 교수 와 밥 울프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의 실험 결과와도 맥이 닿는 말이다.
이들은 북미대륙과 유럽에서 활동하는 공개소스 개발자 684명을 대상으로 공개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자들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일을 할 때 느끼는 즐거움과 몰입이 공개소스 프로젝트 일에 참여하는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됐다는 것이다.
다니엘 핑크는 '동기 3.0'을 다룬 '드라이브-창조적인 사람들을 움직이는 자발적 동기부여의 힘'에서 삶에 도움이 되는 조언까지 건넨다. 보상이 아닌 즐거움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이 되는 법을 담은 마지막 장 '3부-I형의 툴키트'가 그것이다.
이 장엔 개인의 동기를 깨우는 전략, 회사를 향상시키는 방법,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 등이 담겨 있다.
드라이브/ 다니엘 핑크 지음/ 김주환 옮김/ 청림출판/ 1만5000원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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