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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잔치는 끝났다”, 헷지펀드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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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가 옳았다(Left is right), 영국 우익지 <텔레그라프>

[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 “자본주의를 축하하는 파티는 멋지기는 했지만, 모든 파티가 그렇듯이, 이것도 끝나게 되어 있는 것이었다. 경제의 어느 한 부분이 너무 오랫동안 ‘권좌’에 올라있으며, 그 뒤처리 때문에 고통을 겪기 마련이다”
자본가가 자본주의의 몰락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작가 업톤 싱클레어가 말한 것처럼 “오해를 밑천으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을 이해시키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해성사의 시간도 있기 마련이다.

미국의 경제전문방송 CNBC가 6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런던에 있는 카슨 캐피탈의 헷지펀드 매니저인 리챠드 마라비글리아는 연구노트에서 “자본주의의 잔치는 끝났”으며 “우리가 메르켈, 사르코지, 오바마, 챠베즈 등을 볼 때, 우리는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천천히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큰 파도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한숨을 쉰다.
마라비글리아에 따르면, 지난 수십년동안 사회주의가 상대적으로 과묵했던 반면에, 자본주의는 끊임없는 혁명 상태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창조적 파괴와 자본 소비는 붐을 이루었다. 자본주의는 부자가 될 기회를 제공했지만, 그것은 또한 때때로 파산해야 하는 의무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 기간에는 아주 예외적으로만 파산하는 것이 허용되었다. 거대 정부가 개입해서 일련의 경기부양책을 통해 경기순환을 제거해 버렸다.
게다가 “연준의 정책적 대응은 기껏해야 양적완화에 이은 또 한번의 양적완화에 이은 ‘operation twist'에 불과하다. 그는 “경제는 대규모의 비효율적인, 빌어먹을 양적완화 속에 꽁꽁 숨어있다”면서 미국과 유럽의 전환없이는 세계의 성장은 민주주의와는 가장 거리가 먼 경제, 즉 중국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마라비글리아가 보기에는 미국은 이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싸움의 한가운데 서있다. 그곳은 정치인와 기업경영주들이 갈등을 자아내는 무대이다. 그리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의 긴장된 결혼은 이제 은행가들보다는 정치가들쪽으로 기울고 있다. 예컨대, 버냉키 연방은행 총재를 반역죄로 매달겠다는 정도로.

그래도 마라비글리아는 아직도 ‘순수한 자본주의’를 꿈꾼다. 경기순환에 개입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정도에 머무른다.
고백은 때로는 전염되기도 하고 강렬해지기도 한다. 영국의 우익보수 일간지 <텔레그라프>는 지난 8월말 대표적인 보수 논객의 “좌파가 옳았다‘라는 칼럼에서 자유시장은 결국 인위적 가공물(set-up)이라고 인정한다. 지난 30년동안 신자유주의자들의 성경이었던 ’자유 시장‘(free market)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국가와 은행의 결탁으로 인위적으로 떠받쳐진 신기루였을 뿐이다.

CNBC의 기고자인 존 카니는 아예 노골적으로 마르크스주의를 들고 나온다. 따지고 보면 마르크스가 맞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자기파괴적인 경향이 있고, 주기적인 공황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부분적인 이윤추구가 전체적인 파국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것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자본주의 경제학 이론은 없다.

지난 2008년 미국의 주택버블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휩쓸자 수십년동안 책장에 ane혀있던 낡은 논문이 주목을 받았다. 학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민스키라는 70년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연구원이 쓴 금융자본의 필연적 거품화 경향에 대한 이론이었다.

카니는 이 견해를 다시 꺼집어낸다. 금융자본이 확대되어 수익이 높은 곳을 찾아 움직이면서 경쟁으로 인해 전체적인 평균 이윤율이 균등화되고 낮아진다. 산업자본 같으면 독점화나 카르텔을 통해 이윤율 유지를 꾀할 텐데, 금융자본은 신용확대(레버리지)를 통해 규모를 최대한 키워 낮은 수익률에 대응한다. 수익률이 동일하다면 덩치가 클수록 절대 이윤액수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민스키는 금융자본은 필연적으로 버블화하고 어느 순간이 되면 더 이상 견디지 못해 폭발한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바로 ‘민스키 모멘트’다. 2008년은 바로 그 지점이었던 것이다. 민스키의 견해는 사실 마르크스의 신용론에 평균이윤율 하락 경향을 적용한 것이다.

물론 이들이 고백을 전향으로 보아서는 곤란하다. 아직도 이들의 밥줄은 자본주의에 달려있다. 다만 밥통의 크기가 달라질 수는 있을 것이다.

잔치는 끝났다. 그러나, 설거지가 남았다.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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