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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토크⑤ 공짜에 대한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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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지선 기자]

초대표 없이는 공연장도 안간다?



“이번 주말 시간 있음 공연장 같이 갈래?” 상대의 답은 대부분 “어떤 공연인데?”로 이어진다. 그러나 정작 공연장 동행 여부는 ‘초대표 유무’로 결정된다. 기자의 경험상 그런 경우가 많았다.
초대표 (=공짜표) 있는 공연 갈 때는 짝이 쉽게 구해진다. 표값 치러야 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시간 있다고 했다가도 표값 얘기에 깜빡 잊었던 선약을 떠올리는 이들을 여럿 경험했다. ‘공연 볼 때 공짜표 아니면 절대 안간다’는 소신(!)을 털어놓는 이들도 있다.

공연 기획사에 근무하는 K덕에 초대권의 혜택을 꽤 누리고 살았다. 그 덕에 기자의 지인도 초대권의 달콤함을 여러 번 맛본 셈이다. 공연장 매표소에서 초대권을 받을 때마다 ‘존중받았다는 안도감, 감사함, 미안함’이 뒤범벅된다.

감사의 마음이 최고조에 달하면 기획사 친구와 직원들의 간식을 챙긴다. 미안한 감정이 지배적일 때에는 다음 공연 티켓을 예매한다. 공연 관계자에게 부탁하면 내 한 몸 비빌 곳 없을까 싶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지갑을 여는 이유에는 얄팍한 계산이 깔려있음을 인정한다. ‘무턱대고 초대권 밝히는 그런 사람 아님’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공짜 유혹 앞에서 돈을 쓰는 것, 쉽지 않다. 다소 결단력이 필요한 지출을 하고 나면 아주 조금 내 품격을 스스로 지킨 것 같은 안도감을 느낀다. 공연 사업에 보탬을 줄거라는 자부심도 덤으로 챙긴다.

연주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것도 공연장 관람 매너다. 사진제공=크레디아

연주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것도 공연장 관람 매너다. 사진제공=크레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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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혼자 공연장 가는 빈도가 늘고 있다. 동반자가 공연에 집중 못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확인한 후부터다. 공짜표로 간 공연이라 쉽게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공짜 쿠폰으로 배달시킨 새우 피자에 새우 10마리가 있는 것, 돈 내고 주문하면 더 많은 새우가 토핑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초대권에 길들여진 관객이 많은 공연과 유료 관객 점유율이 높은 공연은 분위기 차이도 확연하다. 유료 관객이 많을수록 공연 분위기는 진지하고 열광적이다. 2000년 개관한 LG 아트센터는 ‘초대권 없는 공연장’을 만들겠다’ 선언해 화제가 됐었다.

얼마 전 친구 K의 속마음을 들었다. “좋은 마음으로 초대를 하고도 좀 속상할 때가 있어. 공연 후 트위터나 블로거에 관람 후기를 올리는 일이 흔해졌는데 다수의 말머리에 ‘초대권이 생겨서, 공짜표가 있어서 공연을 보러 갔다’는 식이야. 티켓 구입한 이들한테 미안하고 빈 자리가 있어도 그냥 남겨 두어야하나, 고민될 때가 있어.”

공연 후 진행되는 사인회. 사진제공-크레디아

공연 후 진행되는 사인회. 사진제공-크레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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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마리코 일본 쇼와여대 총장 이 쓴 〈여성의 품격〉에 보면 ‘초대 받았을 때는 간단한 선물을 준비한다. 길에서 나눠주는 공짜 물건을 받지 마라’는 조언이 들어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상황에서 굳이 샘플을 거절하고, 시식 코너를 지나쳐야 할 이유는 없다. 저자가 얘기하려는 것은 공짜의 유혹에 너무 쉽게 넘어가지 말라는 뜻이라 이해한다.

대가 없는 공짜가 과연 있을까? 실속은 챙기되 공짜에 걸맞는 예의를 갖추자. 이는 곧 품격으로 돌아온다. 품격이야말로 스타일을 완성하는 최고의 액세서리다.



박지선 기자 sun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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