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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7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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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7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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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지난 2009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이후 전 세계 상업 영화의 유행은 3D로 돌았다. 2억400만 달러(추정)의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들여 전세계에서 더 천문학적인 7억6000만 달러의 수입을 뽑아낸 3D 영화 ‘아바타’의 흥행에 고무된 할리우드는 개봉되는 모든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3D화하기 시작했다. 기획·제작 단계부터 3D로 제작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트랜스포머 3’ 등의 성공작도 있었지만, 후반 작업 과정에서 3D로 컨버팅만 한 ‘타이탄’ 같은 졸작도 허다했다. 할리우드가 3D에 목숨 거는 이유는 단 하나다. 보통보다 2배 가량 비싼 입장료를 내고 스크린에서 입체 영상을 보기를 원하는 관객들이 밖에 널렸기 때문이다.

할리우드보다 늦긴 했어도 충무로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그냥 놔둘리 만무하다. 제작 소식은 많았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지금,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이 그 오프닝을 끊는다. 윤제균이 총 제작을 맡고 ‘화려한 휴가’의 김지훈 감독이 연출한 ‘7광구’는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아이맥스 3D로 개봉되는 영화다. 130 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들인 ‘7광구’의 컴퓨터 그래픽과 3D는 해외가 아닌 100% 국내 테크놀로지로 완성됐다.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다. ‘7광구’가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국내 관객들의 눈 높이에 맞는 ‘그럴듯한’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후 한국 3D 영화의 제작에 지갑을 열 제작자는 없다. ‘7광구’의 완성도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출발은 산뜻하다. ‘해운대’의 하지원을 비롯해 안성기, 오지호, 송새벽 등 중량감 있는 스타들이 총출동한 ‘7광구’는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일본과 한국, 중국 사이의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는 지역 '7광구’를 무대로, 봉준호의 ‘괴물’이나 할리우드의 ‘에일리언’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괴수 영화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진행은 진부하다. 1985년 ‘7광구’ 근처에서 처음 발견된 괴생명체의 등장으로 시작된 영화는 이후 등장인물들을 차례로 희생시키며 괴물과의 최후의 결전으로 나아간다. 이런 류의 영화에서 흔히 보던 익숙한 내러티브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여전사 이미지의 해준(하지원 분)을 빼면 다른 캐릭터들은 모두 평면적이고 낭비적인 캐릭터다.

하지만 ‘7광구’의 CG과 3D는 지금까지 한국 영화 중 최고 수준을 제시하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극 중 등장하는 괴물은 봉준호의 ‘괴물’보다 한층 더 유연하고 세련되며, 해저와 시추선 안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액션과 폭발 장면들은 (할리우드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꽤 입체적인 느낌을 낸다. 언제나처럼 문제는 드라마다. 장면들은 하나같이 모두 근사한 기술을 뽐내는데, 그 안 내용들은 여전히 과거형에 멈춰 있다. 기술과 영화적인 완성도가 항상 함께 하는 것은 아니다. ‘7광구’가 스친 만고의 진리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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