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어제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2009년 3분기 1%를 기록한 후 1년9개월 만의 최저치다. 지난 4월 한은이 제시한 전망치 3.8%보다도 0.4%포인트 낮다. 성장률이 잠재성장률(4%대)은 물론 예상치에도 못 미친 것이다. 한은은 건설투자가 계속 부진한 데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분기 수출 증가율(전년 동기비)은 10.2%로 전 분기 16.8%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경기의 호조세가 한풀 꺾인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한은은 '1분기보다는 못하지만 수출이 부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수긍하기 어렵다. 수출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간판급 대기업들의 추락한 2분기 실적은 지금의 상황이 어떠한지를 대변한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3조7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6% 감소했다. 포스코 11%, 하이닉스 56%, 현대중공업 12%, LG화학은 6.3% 각각 영업이익이 줄었다. LG디스플레이는 적자로 돌아섰다. 증권시장에서 '어닝 쇼크'라 부르는 이유다. 글로벌 경제불안뿐 아니라 원자재 값 상승, 판매 부진에 원화 강세도 수출기업에 부담이 됐다.
앞으로의 상황도 낙관할 수 없다. 유럽ㆍ미국의 재정위기에 따른 경제불안과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이머징 시장의 긴축 등 국제경제 환경은 갈수록 꼬이는 형국이다. 국내 여건도 사면초가다. 물가는 치솟고 가계부채는 쌓인다. 정부는 내수 살리기를 외치지만 힘에 부친다. 경제 전반을 거듭 짚어보고 단단히 대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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