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 높이까지 튀어 올라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플라잉피쉬 덕에 스트레스 마저 날아간다. 유진투자증권 의 백종윤, 김태훈씨는 서울에서 1시간 반을 달리면 찾을 수 있는 강원도 춘천 수상레저타운에서 이번 여름휴가를 보냈다. 최근 유행하는 소셜커머스를 통해 수상스포츠 이용권을 저렴하게 구입한 덕에 하루 물놀이 비용이 총 10만원도 들지 않았다.
대부분의 본점 직원들이 이처럼 다양한 휴가계획을 짜고 보낼 수 있지만 일부의 경우 여전히 여름휴가는 남의 얘기인 곳도 있다. 올 여름휴가철은 애널리스트의 이직 계절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사의 애널리스트 평가(폴)가 끝나는 데다, 여러 증권사들의 리서치센터장들이 새로 선임되면서 각 리서치센터를 재정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 B씨는 “애널리스트들의 휴가는 소위 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 애널리스트 폴 시기에 크게 좌우된다”며 “평가 여부에 따라 휴가계획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애환 때문에 아예 의무적으로 휴가를 보내는 증권사도 등장했다. 대우증권은 아예 ‘컴플라이언스’ 휴가라는 것을 지정해 1년 중 자유롭게 5일을 붙여서 휴가를 떠나도록 하는 의무 휴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임기영 대표가 부임한 2009년부터 시행되고 있고, 덕분에 직원들은 눈치 보지 않고 휴가일정을 잡을 수 있게 됐다.
국내 증권사보다 외국계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휴가기간이 의무화돼있고, 기간도 길다.
한국JP모간 증권의 경우 1주에서 2주까지 휴가를 길게 쓰는 문화 때문에 국내 증권가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긴 휴가로 여유롭게 해외로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돌아오면 수천통의 이메일과 밀린 업무를 해결해야 하는 등 애로도 적지 않다. 사실 휴가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대게 7월말, 8월초를 선택해 대부분 해외 휴양지로 떠난다.
외국계 증권사가 휴가를 장기간 그리고 의무적으로 보내는 배경에는 말 못할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모 외국계 증권사가 직원들에게 긴 휴가를 사용하게 하는 이유는 직원들이 길게 자리를 비웠을 때 업무 공백이 있는지의 여부를 점검하는 기회로 삼는다. 또한 그 직원이 회사에 해가 되는 일(횡령, 배임 등)을 저지르지는 않았는지 확인한다는 게 모 외국계 증권사 임원의 전언이다.
실제로 이 외국계 증권사는 5일은 무조건 붙여서 써야하고, 개인의 휴가일수가 20일 넘게 남아있다면 10일을 무조건 붙여서 쓰도록 강제해 담당자 부재 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점검하고 있다.
한편, 올해는 예년과 달리 증권사 전현직 CEO 12명이 주가연계워런트(ELW) 부정거래 여부를 놓고 검찰에 고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휴가 분위기가 대체로 가라앉은 상태가 역력하다. C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부분의 본점 직원들은 다양한 여름휴가일정을 잡고 보냈는데 올해는 대표 고발 및 공판이 예정되면서 휴가 자체 말도 끝내기 쉬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규성 정재우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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