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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우, 뮤지컬 '그리스' 신화 다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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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우, 뮤지컬 '그리스' 신화 다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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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자수성가하자' 인터넷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배우 장지우의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는 그의 좌우명이다. 장지우(28)는 지난 6월 30일부터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그리스 Grease'의 히어로 '대니'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다. 열아홉 살의 나이에 고(故) 앙드레 김의 눈에 들어 처음 그의 패션쇼 무대에 선 장지우는 187cm, 78kg의 완벽한 모델의 몸매에 수컷 느낌이 물씬 나는 강한 마스크 덕분에 연기자로서도 승승장구했다. 장지우라는 이름도 본명인 장규황 대신 앙드레 김이 지어준 '예명'이다.

런웨이와 TV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 등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확장해가던 장지우가 단번에 주목할만한 샛별 자리를 점한 것은 뮤지컬 '그리스'의 대니 역으로 캐스팅된 2008년의 일이다. '그리스'의 대니는 강지환, 이선균, 엄기준, 김무열 등 스타의 등용문으로 일컬어지는 '황금 캐릭터'였다. 이전까지 뮤지컬에 단 한번도 출연한 적이 없었던 장지우는 '맨땅에 헤딩' 식의 뼈를 깎는 연습을 통해 선배들 못지 않은 그럴듯한 대니 역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국내 뮤지컬계의 새로운 스타 장지우가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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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장지우의 다음 선택은 의외였다. 그에게 밀려드는 신작 뮤지컬 섭외와 영화, 드라마 각본을 마다하고 장지우는 때 이른 입영을 택했다. 늦은 나이에 입영해 군인의 신분으로 30대를 맞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다. 2남 1녀 중 장남인 집안에서의 자신의 처지도 그의 이런 선택에 크게 작용했다. 부모의 이혼과 곧 이어 찾아온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고향인 경기도 송탄에서 그래도 '잘 사는 축'에 속했던 장지우의 가세는 순식간에 기울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스무 살 누나가 자신의 미래를 접고 고등학교 2학년이던 자신과 두 살 아래 남동생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것을 목격한 장지우는 다짐했다. 집안의 중심으로서 자신이 꼭 잘 되어야 한다는 것. 지금 장지우에게는 강남에 액세서리 전문점을 낸 누나와 사회복지사가 된 남동생과 함께 단란하고 안정적인 삶을 꾸려야 할 뚜렷한 목표가 있다. 그에게 닥친 단기 '의무방어전' 은 얼른 쳐내고 본격적으로 이 목표에 달려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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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서 혹은 배우로서도 장지우는 군대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반항적이고 적대적이던 '날 선' 성격은 넉넉하고 온화하게 변했다. 체력단련실에서 운동할 때는 오디오를 틀어놓고 혼자 소리를 '빽빽' 지르며 노래 연습을 했다. 구보할 때는 군가도 최대한 크게 불렀다. 목이 완전히 쉴 정도로 소리를 지르고 다시 목을 회복시키는 과정을 반복했다. 다분히 '무식'한 훈련법이지만 다행히 이 방법이 장지우에게는 맞았다.

군 제대 후 복귀한 첫 뮤지컬 '그리스'에서 장지우는 펄펄 난다. 2008년 공연 때 지적됐던 불안한 호흡이 호전됐고, 음역대도 올라가서 이제 '음 이탈'은 웬만해선 내지 않게 됐다. '섬머 나잇 Summer Nights' '그리스 라이트닝 Greased Lighting' 등 군대 가기 전엔 힘들고 버겁던 노래들이 이제는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그의 강해진 성대를 통해 들려진다. 2008년 때 마음보다는 몸이 앞선 '철부지' 대니에서 많은 것을 경험한 '노련한' 대니로 성장했다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자신의 연기와 춤, 노래를 신경 쓰는데 급급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한국 나이로 스물여덟 살이 된 장지우는 어린 후배들의 동선과 춤 동작들을 체크하면서 무대를 즐기는 수준으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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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우는 지난달 10일 끝난 연극 '오셀로'에서 연기의 맛을 알았다. 8년 전에는 제대로 된 대사 하나 없던 단역 '병사' 였지만, 이제는 어엿한 타이틀 롤인 오셀로가 그에게 왔다. 자신을 믿고 큰 역할을 맡긴 차현석 연출가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고 장지우는 대본이 너덜너덜해 질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 그를 달갑게 여기지 않던 선배 연기자들도 그의 이런 노력에 마음이 움직였다."연극 마지막에 오셀로와 이아고가 함께 무릎을 꿇고 마주 하는 장면이 있어요. 모든 것이 이아고의 계략이라는 것을 깨달은 오셀로가 이아고에게 분노하는 장면이죠. 그런데, 어느 날은 이아고 역의 배우가 선배가 아닌, 철저히 이아고로만 보였어요. 분노와 복수심이 저절로 폭발하면서 팽팽한 에너지가 몸 밖으로 빠져 나오는 것을 난생 처음 경험했습니다." 비로소 짜릿한 연기의 맛을 본 장지우. 이제 그가 제대로 된 성공과 삶의 맛을 경험할 날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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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 birdcage@
사진_이재문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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