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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정유사, 기름값 전쟁 '2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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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정부가 다시 정유사를 과녁 중심에 내걸었다. '기름값 전쟁 2차전'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들이 잇따라 "기름값이 추정치(도입가를 고려한 적정 가격)보다 지나치게 비싸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4월, 변죽만 울리다 간판을 내린 '석유제품가격 태스크포스팀(TFT)'을 떠올리면, 전세(戰勢)를 가늠하긴 쉽지 않다. 석 달 전 '기름값의 비대칭성(국제 유가가 오르면 기름값을 큰 폭으로 올리고, 반대의 경우 더디게 내린다는 의미)'을 문제 삼았던 정부가 이번엔 '도덕성'을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환율과 국제 유가가 크게 떨어졌는데 기름값이 ℓ당 2000원을 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정유사, 기름값 전쟁 '2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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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15일 물가안정대책회의에서 "7월 둘째 주의 추정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80원대이지만, 14일 현재 실제 가격은 1933원으로 크게 높다"면서 "(정유사들의 ℓ당 100원 할인 종료 뒤)가격 환원을 이유로한 판매가 인상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유사들이 100원 할인을 끝낸 지 1주일 만인 14일 현재 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www.opinet.co.kr)이 집계한 전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933.12원이다.

임 차관은 이날 오전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이 밝힌 기름값 분석 결과도 상세히 언급했다. 소시모는 "기름값 100원 인하가 이뤄진 석 달 동안 정유사의 마진은 ℓ당 평균 78원 줄었지만 주유소가 22원 늘려 실제 소비자들이 느낀 휘발유 값 인하 효과는 56원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이 단체는 또 "4월엔 58원, 5월엔 79원, 6월엔 36원 수준으로 가격을 '천천히' '불충분하게' 내린데다 인하 조치 종료를 앞둔 6월에 이미 상당폭 값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임 차관은 이를 근거로 "정부도 소시모의 분석 내용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약속대로 기름값을 낮추지 않은 정유사와 주유소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크게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 차관은 아울러 "국제 유가와 환율, 정유사·주유소 마진 등을 고려해 기름값 할인 조치 이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현 시점에 기름값을 올릴 이유가 있는지 극히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도 한 수 거들었다. 같은 날 건설업계 대표들과 만난 박 장관도 간담회를 마치고 나가며 "지난번 정유사들의 기름값 할인이 시작되던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국제 유가와 환율이 많이 하락한 상황이라 전국 평균 휘발유 값이 ℓ당 2000원 이상 오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유업계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할 만큼 했다" "아예 기름값을 정부가 정해주지 그러느냐"며 불만을 터뜨리는 목소리가 적잖다. "우리는 내수 기업이 아니라 수출로 돈을 번다"며 비판을 피해가려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유류세를 낮춰 정부부터 솔선수범하라"고 역공에 나서는 곳도 있다.

소비자들은 정부와 정유업계의 행태가 모두 마뜩지 않다. 매일 서울에서 용인을 오가는 직장인 H씨(38)는 "양측이 서로에게 공을 넘기면서 시간만 버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식료품 도매상을 하는 자영업자 P씨(43)도 "정유사는 정유사대로 생색만 내고, 정부는 세금이 줄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모두 볼썽사납다"면서 혀를 찼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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