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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상처, '긍정'으로 딛고 일어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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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가?"

세 딸을 둔 늙은 왕이 어느 날 딸들을 불러놓고 이렇게 물었다. 첫째 딸과 둘째 딸은 마음에도 없는 말로 자신들이 얼마나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했다. 그러나 셋째 딸은 달랐다. 그저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할 뿐이라고 담담하게 답한 것이다. 늙은 왕은 크게 노해 셋째 딸을 추방하고, 나머지 두 딸에게 땅을 나눠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첫째 딸과 둘째 딸은 아버지를 푸대접하기 시작했고, 늙은 왕은 이를 참다못해 궁전을 떠나 황야를 헤맨다. 이 때 셋째 딸이 아버지를 구하러 왔다가 한 병사의 손에 죽음을 당하고, 늙은 왕은 셋째 딸의 주검을 안고 오열하다 생을 마감한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가운데 하나인 '리어왕'의 얘기다.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했던 두 딸에게 버림을 받고 결국 파멸에 이른 이 늙은 왕을 보면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말 그대로 '비극'이라는 생각을 하거나, 저 늙은 왕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따져보는 게 보통일 것이다.

늙은 왕의 이 불행한 인생을 두고 호주 명문 국제 학교 '질롱 그래머 스쿨'은 전혀 다른 세상을 꿈꾼다. 학생들에게 리어왕의 일생이 얼마나 불행했는지를 가르치는 대신 어리석은 늙은 왕이 가진 강점은 무엇인지, 그 강점이 어떤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드러냈는지를 알려줘야 한다는 게 질롱 그래머 스쿨의 교육 철학이다. 이는 마틴 셀리그만 펜실베니아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의 '긍정 교육'으로 세워진 질롱 그래머 스쿨만의 특별한 교육 방침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모든 일에서 '강점'과 '긍정'을 먼저 보도록 해 더 행복한 삶을 살게 하자는 것이다.

10년 전 '진정한 행복'에서 긍정 심리학을 주장한 셀리그만이 최근 잘 사는 삶, '웰빙(well-being)'에 대한 해법을 들고 돌아왔다. 그는 기존 긍정 심리학의 주제는 단순히 행복에 그쳤지만 새로운 긍정 심리학의 목표는 순간적인 행복이 아닌 '웰빙'이라며 그 조건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긍정적인 정서(PㆍPositive Emotion)와 몰입(EㆍEngagement), 긍정적 관계(RㆍRelationship), 삶의 의미(MㆍMeaning), 그리고 성취(AㆍAccomplishment)로 정리되는 'PERMA'가 그것이다.
셀리그만은 PERMA가 상처를 '긍정'으로 딛고 일어서는 힘인 '회복탄력성'의 기반이 된다고 말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우울증과 불안증으로 남기 마련인데 여기서 결코 잊어선 안되는 게 바로 외상 후 성장(PTGㆍPost-Traumatic Growth)이라는 게 셀리그만의 주장이다. 트라우마를 고통으로만 받아들일 게 아니라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트라우마를 '긍정'으로 딛고 일어서면 지속적인 행복을 발견하는 플로리시(Flourishㆍ풍족)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전한다.

PTG를 대표하는 인물로 셀리그만이 꼽은 건 비뇨기과 의학박사이자 민간 헬리콥터 조종사인 론다 코넘 준장이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 사막 상공에서 구조 임무를 수행 중이었던 론다 코넘은 적군의 공격을 받고 추락한 뒤 사담 후세인 군대의 전쟁 포로가 됐다. 대원 여덟 명 가운데 세 명이 목숨을 잃었고, 두 팔과 다리 하나가 부러진 론다 코넘은 성폭행을 당하는 등 잔혹한 취급을 받았다.

8일 뒤 풀려나 전쟁 영웅으로 돌아온 론다 코넘은 자신의 트라우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군의관이자 외과의사로서 나는 전보다 훨씬 더 잘 준비가 됐다." "나는 지도자이자 사령관이 되기 위한 자질을 훨씬 더 잘 갖추었다." "가족과 헤어질 뻔한 경험 덕분에 이제 그들에게 더욱 감사하는 훌륭한 부모, 배우자가 됐다."

트라우마에서 '긍정'과 자신의 '강점'을 볼 줄 알았던 론다 코넘은 회복탄력성으로 상처를 딛고 심리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셀리그만은 '플로리시'에서 론다 코넘과 같이 상처를 '긍정'의 힘으로 딛고 일어서 플로리시한 삶을 사는 방법을 일러준다. 순간의 기분에 따라 좌우되는 '반짝 행복'이 아니라 오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플로리시한 삶을 살고 싶다면 '플로리시'의 첫 장부터 꼼꼼히 살펴보라.

플로리시/ 마틴 셀리그만 지음/ 우문식ㆍ윤상운 옮김/ 물푸레/ 1만6800원
[BOOK]상처, '긍정'으로 딛고 일어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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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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