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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1등은없다]①루이뷔통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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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14일 서울 명동, 점심시간 무렵인 오후 1시. 이곳을 지나는 여성들이 손에 들고, 어깨에 멘 '백'이 눈길을 끈다. 온통 루이뷔통 제품들이다. 네버풀을 비롯해 스피디, 다미에, 모노그램 알마 등등.

루이뷔통은 이제 국내에서 명품의 대명사가 됐다. 주말이면 평균 30분, 세일기간에는 2시간까지 기다려야 하는 루이뷔통 대기줄은 이 제품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지난해 한국서만 4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1위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매출액은 2006년 1212억원에서 지난해 4273억원으로 불었다. 2006년 이후 루이뷔통은 매출액 기준으로 연간 14.8~66.4% 성장을 거듭해왔다.

규모 면에서 루이뷔통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명품의 1인자가 됐다. 매출규모만으로 따지자면 4000억원대의 루이뷔통과 그 4분의1 정도에 불과한 샤넬, 에르메스는 '천상계'와 '인간계' 정도로 현격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루이뷔통의 규모가 커질수록 명품으로서의 희소가치는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들이 '갖지 못하는 것'을 들고 싶다는 명품 수요층의 욕망을 루이뷔통이 더 이상 충족시켜주지 못하게 되면서, 명품의 주요 소비층은 이미 루이뷔통을 외면하고 있다. 최고급 명품의 반열에서 루이뷔통의 입지가 조금씩 좁아지고 있다.
실제로 A 백화점 강남지역 매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샤넬이 루이뷔통을 제치고 명품 브랜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백화점 매출을 이끄는 VVIP들은 루이뷔통보다는 샤넬이나 에르메스 등을 선호한다”고 귀띔했다.

'루이뷔통' 하면 사족을 못 쓰던 중국인 관광객들도 다른 브랜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B 백화점 명품관이 올해 1·4분기(1~3월)에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구입한 명품을 조사한 결과 에르메스가 19.3%로 1위에 올랐다. 루이뷔통은 11.0%로 2위에 랭크됐으며 까르띠에가 10.3%로 뒤를 이었다.

루이뷔통은 더 이상 소비자들이 '갖고 싶어 안달하는 명품'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브랜드가 돼 버렸다. 고가 라인과 저가 라인을 별도로 선보여 다양한 고객들이 명품을 향유할 수 있도록 했지만, 명품으로서의 럭셔리 이미지를 잃었다는 점에서는 전략적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샤넬이나 에르메스는 '샤테크(샤넬+재테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보유기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가격이 올라가는 기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가격은 자주 오르고 클래식 제품들의 인기는 꺼질 줄을 몰라 사 놓으면 돈이 된다는 말이다. 에르메스의 경우 웨이팅리스트(대기자목록)가 너무 길어 더 이상 받기도 힘들기 때문에 '벌킨백'이나 '켈리백'의 경우 중고시장에서는 10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기도 한다.

패션업체 관계자는 “루이뷔통은 S·A급 짝퉁이 심할 정도로 많이 유통이 되면서 굳이 진품을 들어야 하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보편화되다보니 짝퉁 구별법 등에 대한 노출도 많아져서 신비감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같은 명품 브랜드지만 루이뷔통의 고객층은 샤넬, 에르메스의 고객층과 분리되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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