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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오바마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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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엑스앤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강신업 엑스앤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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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말(言) 많은 시대를 산다. 같은 사안을 놓고도 갑론을박하며 내가 옳으니 네가 옳으니 수많은 말들이 난무한다.

특히 정치인들은 밑도 끝도 없는, 사실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말을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토해낸다. 국민들은 이런 말들에 때론 현혹되고, 때론 흥분하고, 때로는 상처받는다. 정치인의 말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도 하고, 절망을 주기도 한다. 또 그들의 말은 국민을 단결시킬 수도, 국민을 분열시킬 수도 있다.
우리는 정치인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얼마 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통해 분명하게 목격했다. 오바마는 침묵으로 말하는 방법을 통해 보수와 진보로 분열돼 가던 미국 정치권과 사회에 울림이 큰 메시지를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애리조나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식이 열린 지난 12일, 추모연설에서 이번 사건으로 숨진 8살의 크리스티나 그린을 언급하며 "나는 우리 민주주의가 크리스티나가 상상한 것과 같이 좋았으면 한다"고 말한 뒤 "우리 모두는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말 이후 연설을 중단했다. 10초 후 오른쪽을 쳐다봤다. 다시 10초 후 심호흡을 한 오바마 대통령은 10초 후 눈을 깜빡이기 시작했다. 침묵의 시간은 51초나 계속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어금니를 깨물고 연설을 이어갔다.
뉴욕타임스는 이 '51초의 침묵'에 대해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크리스티나보다 3개월 먼저 태어난 딸을 둔 아버지로서 '단호한 순간'이었다"고 전하며, "2년간의 재임기간 중 가장 극적인 순간 가운데 하나로 기억될 것"이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오바마는 위 애리조나 연설에서 "가장 깊은 감정은 침묵 속에 있다"는 토마스 무어의 말과 "시간을 잘 맞춘 침묵은 말보다도 좋은 웅변"이라는 터퍼의 말을 제대로 실천했고 정치인은 웅변에 앞서 침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점도 가르쳐줬다.

말하는 것보다 침묵하는 것이, 미소 한 번 짓는 것이, 의견과 생각을 전하는 보다 좋은 수단일 수 있다는 것을 정치인들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침묵은 메시지를 전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자 국민을 설득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장황하게 늘어놓는 변론은 적의를 불러일으키지만 절제된 침묵은 재앙을 멀리 떠나보내고 호의를 불러온다.

정치인들은 생각이 무르익기 전에 그것을 너무 일찍 말하면 안 된다. 그 말이 끼치는 영향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할 말이 많다면 말로 할 것이 아니라 글로 쓰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은 입으로 말해야 할 것과 글로 말해야 할 것을 구별하고 침묵할 때와 말할 때를 잘 구별한다는 뜻이다. 아무 때나, 어디서나 마이크를 잡으려는 속성을 가진 정치인은 그 말이 국민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자기 자신에게도 상처를 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치인들은 다음과 같은 에머슨의 말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언어의 시대 다음에는 침묵의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인간은 오직 행위를 통해서만 말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건강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언어 때문에 죽는다. 사전 때문에 목을 매이고 형장에 끌려가며 갈갈이 찢기기도 한다. 우리는 어둠의 골짜기를 걷고 있다. 지금은 도깨비의 시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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