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29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관계자 4명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신한사태'의 원인을 이같이 짚었다.
검찰이 주목하는 측면은 ▲재일 교포 주주들과 은행임원의 스폰서 관계 ▲퇴직 후에도 이어지는 임원과 은행의 밀착 ▲라응찬 전 회장의 리더십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신한은행 임원들은 스폰서 관계에 있는 재일 교포 주주들에게서 돈을 쉽게 가져다 썼다"고 지적했다.
이 행장 역시 지난해 4월 재일 교포 주주 김모씨에게서 5억원을 받아 자금세탁을 거쳐 은행 대여금고에 보관하다 검찰에 걸려들었다.
이는 "금융지주회사의 임직원은 직무와 관련해 증여를 받거나 뇌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금융지주회사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검찰 관계자는 "재일 교포 주주들이 '나고야 오라'고 했을 때 빅3가 직접 가는 걸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스폰서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5000여명의 교포 주주들이 갖고 있는 신한금융지주 주식은 17% 정도지만, 평소의 스폰서 관계를 고려할 때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또 재일 교포 주주들의 막강한 힘은 은행의 대출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검찰 조사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재일 교포 주주들의 자산을 직접 관리해주는 한편, 각종 대출도 해줬다. 이 가운데 한 재일 교포 주주는 31억엔의 대출을 받기도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임원들이 퇴직 후에도 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아가는 밀착 관계도 신한사태의 원인으로 올렸다. 이희건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마다 자문료 명목으로 한 번에 현금 1100만원을 받아갔다. 모두 행장의 판공비나 기밀비에서 나간 돈이다.
검찰은 신 전 사장과 이 행장이 이를 기회로 명예회장의 자문료 명목으로 15억6600만원을 형성해 빼돌려 썼다고 보고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5~2009년에 '이희건' 명의의 계좌를 만들어 수억원대의 비자금을 뒤로 챙긴 뒤, 계좌를 폐쇄하는 수법을 사용한 혐의가 있다.
수사를 마친 검찰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거의 라 회장 개인의 전적인 의사에 따라 운영됐다"고 요약했다.
실제로 은행 실무자는 지난 대선 직후 "라응찬 회장이 3억원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이 행장의 말에 어디에 사용되는지 살펴보지도 않고 돈을 구해줬다. 이 돈은 정치권에 전달됐다는 의혹을 샀지만 이 행장의 진술거부로 검찰이 구체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검찰은 신 전 사장이 2008년 대검의 박연차 수사로 라 전 회장의 이름이 오르자 재일 교포주주들에게서 받은 뒷돈으로 사라진 3억원을 메우려 한 정황을 확인해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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