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뷰앤비전] 저축은행 부실뇌관 제거법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2000년 전후로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건축 중 부도난 건물들이 흉물로 방치돼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저축은행들이 산업은행보다 먼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법을 개발해 이 건물들에 자금을 지원해 경제 살리기에 동참했습니다. 지나치게 몰빵을 한 것은 문제지만 저축은행들도 분명 IMF 위기 당시에 경기회복에 기여를 했습니다."

한 저축은행장이 밝힌 저축은행 PF 역사의 한 페이지다. 저축은행은 바로 이 PF에 발목이 잡혀 사면초가에 놓였다. 2002년 상호신용금고에서 저축은행(Seed Money Bank) 명칭을 사용하면서 성장의 호기를 맞았던 저축은행이 PF 부실화에 따른 부실여신 악화에 발목이 잡혀 도산하거나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쏟아지고 있어 가히 '제2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한 대형 저축은행장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자구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면서 "최소한 3년은 이 같은 와신상담(臥薪嘗膽)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을 정도.

사실 저축은행이 금융시장에서 갖고 있는 기능은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것보다 더 크다. 지난 72년 사채시장 동결에 따라 제도권으로 처음 편입됐을 당시만 해도 지금의 대부업체보다도 열악한 환경에 있던 것이 저축은행이다. 하지만 2000년 말 동방금고 사건 등을 비롯한 대주주 중심의 횡령으로 사금고화에 따른 문제점을 극복하고 2010년 6월 말 현재 105개 은행 357개 점포의 금융네트워크로 확대됐고 자산규모도 86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425만명의 고객을 확보해 국민 10명당 1명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그렇다면 왜 부실의 터널로 들어갔을까. 앞서 언급한 PF 시장에 대한 과다 여신으로 인해 저축은행들이 화를 자초했다는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정부가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IMF 외환위기 당시 은행권에 지원했던 것과 같은 대규모의 지원을 할 수 없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03년 예보기금 설치 이후 16개사에 달하는 저축은행이 구조조정되면서 예금보험기금도 바닥이 났고, 정부는 부실저축은행을 저축은행이 인수할 경우 점포신설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해법을 찾았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건전저축은행이 준부실대형저축은행으로 변하는 부작용이 등장했다. 실제로 부산저축은행은 350억원대에 인수한 대전저축은행을 정상화시키지 못하자 당국의 경영개선권고를 받을 정도로 악화됐다.
부동산 경기가 장기침체에 들어가면서 PF대출에 대한 부실여신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앞으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도 해법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저축은행들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팔목, 발목을 절단하는 고통을 감수하다보면 상처가 아무는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이 보다 더 엄격해진 검사를 통해 이들이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 이 같은 노력만으로는 저축은행의 선별적 정상화도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PF를 대체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할 수 있도록 자산운용의 제한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특히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은 사실 영업환경은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점포 신설 한도를 늘려주는 것도 방법이다.

궁극적으로 저축은행뿐 아니라 향후 은행권에까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추가대책도 검토해야 한다. 저축은행은 금융시장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리트머스시험지라는 점을 잊지 말자.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힙플힙템] 입지 않고 메는 ‘패딩백’…11만개 판 그녀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 굳건한 1위 뉴진스…유튜브 주간차트 정상 [포토] 외국인환대행사, 행운을 잡아라

    #국내이슈

  • 100m트랙이 런웨이도 아닌데…화장·옷 때문에 난리난 중국 국대女 "제발 공짜로 가져가라" 호소에도 25년째 빈 별장…주인 누구길래 "화웨이, 하버드 등 美대학 연구자금 비밀리 지원"

    #해외이슈

  • [포토] '다시 일상으로' [포토] '공중 곡예' [포토] 우아한 '날갯짓'

    #포토PICK

  • 캐딜락 첫 전기차 '리릭' 23일 사전 계약 개시 기아 소형 전기차 EV3, 티저 이미지 공개 현대차 수소전기트럭, 美 달린다…5대 추가 수주

    #CAR라이프

  • 앞 유리에 '찰싹' 강제 제거 불가능한 불법주차 단속장치 도입될까 [뉴스속 용어] 국내 첫 임신 동성부부, 딸 출산 "사랑하면 가족…혈연은 중요치 않아" [뉴스속 용어]'네오탐'이 장 건강 해친다?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