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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 아프로디테에 숨은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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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로디테, 그녀는 누구인가. 일찍이 고대 작가들이 '사랑스런 미소', '매혹적인 눈빛', '황금물결 머리카락', '은빛으로 빛나는' 등 여성들에 대한 미의 찬미를 아낌없이 바쳤던 사랑과 미의 여신이다. 보티첼리의 '비너스'가 인류의 심상 속에 내재된 아프로디테, 즉 미의 탄생을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게 한 원전의 힘이기도 하다. 아프로디테의 모습은 21세기 인류에게도 여전히 아름다운 여성을 대표하는 귀감으로 추앙받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모든 인류가 간절히 바라는 아름다움의 표상인 아프로디테의 남편은 과연 누구일까? 매우 수려한 외모에 올림포스의 신들 중 가장 멋있는 신이 단연 여신의 짝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을법 하다. 하지만 아프로디테의 남편은 절름발이에 볼품없는 모습의 불을 다루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다.
 두 신이 함께 결혼식장에 나란히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결혼식장에 초대된 하객들의 반응은 어떨 것인가.

 아프로디테와 헤파이스토스의 결합은 누가 봐도 그다지 어울리는 않는 커플일듯 싶다. 천상과 지상을 통해 가장 아름다운 아프로디테의 상대가 헤라의 분노로 인해 다리가 절름발이가 된 헤파이스토스라는 것은 얼핏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듯 신화의 표면적인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나 현상들이 줄지어 우리를 기다린다. 하지만 신화 뒤에 숨겨진 은유적 상징들을 통해 그 의미를 다시 진단해 보면 그 속에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보물'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문화속에도 과학적 접근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미와 예술을 주관하는 아프로디테와 올림포스의 모든 신들이 자신들이 쓸 도구와 무기 등의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과학기술의 신, 헤파이스토스. 즉, 두 신의 결합은 바로 예술과 과학의 결합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미'를 강조하는 예술이 불의 담금질로 단단함을 얻지 못하면, 결코 창의적인 진면목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깊은 울림이 숨어있다는 뜻이다.

 더불어 규칙적이고 견고한 과학이라도 예술과 결합되지 못하면 창의적 생산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예술과 과학이 결합해 하나로 출발할 때, 비로소 창의력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물론 아프로디테와 헤파이스토스의 결합은 앞서 언급했듯이 너무나 어울리지 않으며, 때로는 여러 가지 불협화음이 생겨날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의 본래 의미를 상실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예술과 과학의 결합은 내용이든, 형식이든 결국은 동반자처럼 함께 가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스신화에서 두 신의 결혼이 예술과 과학의 결합을 의미하고 있음은 두 신의 탄생 신화를 떠올리면 더욱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아프로디테, 그녀의 탄생은 크로노스가 가이아의 복수를 위해 우라노스의 살점을 베어 바다로 던져버린 것이 썩지 않고 대양을 떠다니다 생겨난 하얀 거품에서 비롯됐다.

 반면, 헤파이스토스는 아테나 여신의 탄생을 질투한 헤라의 의해 그녀 혼자 무성생식으로 얻은 아들이다. 즉, 아프로디테와 헤파이스토스는 정상적인 남녀의 결합에 의해 탄생되지 못한, 비정상적인 결합의 결과로 세상에 나온 것이다. 즉, 무성생식으로 태어난 존재란, 그 자체만으로도 완전함을 의미하는 동시에 자칫 어느 한 편의 능력으로 가중되면 그 무엇도 제대로 해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존재들의 결합이란 궁극적으로 자신들에게 편중돼 있는 부분을 서로에 의해 보완해 새로운 '창의력'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술과 과학, 각기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학문이지만 서로 독립적으로 하나의 완전한 작업이 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단단한 쇠가 되기 위해서는 따뜻함과 차가움의 적절한 배분과 결합이 교차돼야 한다. 이런 연후에야 비로소 새로운 도구가 생산될 수 있을 터이다. 이처럼 예술과 과학의 결합은 아주 오래전 고대에서부터 우리 인류의 오랜 로망이었다.




우성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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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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