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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드레스, 그 설레는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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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패션계에 지대한 영감을 주는 명장면 중 하나.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속에서 상류층의 삶을 동경하는 홀리 역으로 분한 오드리 햅번은 매일, 보석 가게 티파니 앞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숨이 멎을 정도로 우아한 기품이 발산되는 그녀의 모습에서 '동경하는 자의 초라함'을 느끼기란 힘들다.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해본다. 그녀는 이미 너무나 멋진 드레스를 가지고 있기에 아름다운 보석을 감상하며 완벽한 아침식사를 거행하지 않았나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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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는 긴급히 외출할 일이 생기자, 헐레벌떡 "드레스~~드레스~~!"를 외친다. 바로, 그녀를 100% 빛내주는 '드레스'라는 매혹적인 아이템이 한몫하는 순간이다.

보그(Vogue)가 코코샤넬의 '블랙 리틀 드레스(Black Little Dress)'를 일컫어 '모든 여성들의 취향에 맞는 하나의 고전이 될 것'이라고 예언은 적중했다.
굳이 각종 패션지가 해마다 여성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에 앞다투어 포함시키는 블랙 리틀 드레스가 아니더라도, 여자에게 있어 '드레스'라는 아이템은 자신감을 고양시키는 매직 아이템이다.

멋진 드레스를 발견하는 일은 다른 아이템을 내 것으로 만들 때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짜릿하다. 그리고 언제나, 욕망을 부추기는 쪽은 언뜻 보기에 화려한 드레스보다 절제된 실루엣의 고급스러운 소재, 차분하게 바라봐야 눈에 들어오는 어떤 '포인트'디테일을 가진 드레스일 때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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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핑크 컬러의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Maison Martin Margiela) 실크 드레스는 위트있는 스트랩 장식이 그 매력을 더한다.

남자가 제대로 만들어진 수트를 입을 때 세상사에 지친 어깨마저 반듯해진다면, 여자에게 있어 그 역할이 돼주는 아이템이 단연 '드레스'.

고급스러운 소재감을 정수리부터 어깨-가슴-허리-드레스의 기장(길이)이 끝나는 지점까지 온몸으로 흐르듯 입어주는 순간, 여자는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했던 '기품'을 발견하고 한층 더 견고해진 여성이 된다.

상·하의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드레스는 아름다운 여체를 지극한 포용력으로 감싸준다. 감춰진 듯, 드러내는 듯 상상력을 자극하는 역할만으로도 센슈얼한 아이템.

한살씩 나이를 지난해의 경험에 축적시켜가면서, 옷장 속의 드레스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다. 그 중에는 첫눈에 반해 피팅룸에서 설레는 마음을 한껏 담아 구입한 드레스도 있고, 옷걸이에 걸려있는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아찔해져서 계산과 동시에 손에 꼭 붙들고 나온 드레스도 있다. 공통점이라면 그 드레스들은 반드시 내 것이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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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에 단 한 벌 남은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의 이 드레스를 본 순간 그 기품에 동화되어 잠시 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여자의 자존심은 백(Bag)이 될 수도 있고 으리으리한 가격의 슈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그 여자만이 가진 범접할 수 없는 오로라다. 드레스는 아이템임을 떠나서, 입고 있는 여자만의 독자적인 오로라가 발휘되는데 있어 든든한 지원군이다.

나를 빛내주는 드레스를 고르는 법은 어렵지 않다. 일단, 바라본다. 한 벌 두벌..끊임없이 응시하듯, 그러나 조급해하지 말고 그저 바라본다. 그럼 절로 손끝이 향하는 드레스가 있을 것이다.

이젠 좋은 소재인지 만져 본다. 좋은 소재는 당연하겠지만 비싸다. 한마디로 가격대가 있다는 말인데, 당신은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여성인데 무얼 망설이나. (그리고 우리에겐, '세일'이라는 든든한 친구가 있지 않은가!) 좋은 소재는 다루기가 어렵다.

아름다운 여성을 에스코트하는 일이 쉽지 않듯, 좋은 소재는 재단하기도, 봉제하기도 까다롭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만들어진 드레스는 걸려있을 때도 흐르는 선이 근사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차이는 '옷'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차분히 이 단계를 거치는 데 있어 필요한 시간은 2시간이 될 수도 있고 단, 몇 초가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마지막으로 당신 손에 들려 있는 드레스라면 확실할 것이다.

주변에서 언제나 당당한 모습이 보기 좋다는 나도, 세상의 작고 큰 공격에 이리저리 휘둘리다 부서질 것처럼 약해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때 나는 옷장에서 가장 빛나는 드레스를 한 벌 꺼내어 걸어두고 그저, 바라본다.

일종의 마인드 컨트롤. 새삼 내가 소중하다는 사실을, 내가 진심으로 골라낸 드레스를 통해 확인한다. 한낱 드레스 한 벌도 이토록 진심이 느껴지는 데, 세상에 진심을 다해서 못 얻을 것이 뭐 있으랴 용감해진다. 오케이. 오늘도 마인드 컨트롤 성공 !



김선아 패션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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