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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바람이 든 게 아니라 꿈을 가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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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영주 파워보컬사운드 대표]입시준비를 하겠다고 고3 때가 되어서야 찾아오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

저의 이 질문 한 마디에 울음부터 터트리는 아이들을 많이 만납니다. 예전부터 준비를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께서 쓸데없는 소리한다고 나무라셨다는 것이죠. 준비기간과 합격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좀 더 일찍 준비했더라면 입시에 합격할 확률도 그만큼 많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갖게 됩니다.

부모님들을 많이 만납니다만, 그때마다 안타까움이 드는 게 현실입니다. 보통 부모님들의 경우 아이가 공부 대신 다른 것을 한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들이 노래 체크를 하러 와서 처음 자녀의 노래를 듣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그때 아이가 노래를 객관적으로 잘 하고 못 하고, 즉 재능이 있고 없고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단지 공부가 아닌 ‘다른 것’을 한다는 데 대한 불안이 부모님들의 가장 큰 반대 이유입니다.
“글쎄, 아이가 고1 때부터 바람이 들었어요.”

아이가 노래를 하겠다고 했을 때 대부분 부모님들의 반응입니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곤 합니다.

“어머니, 바람이 들었다구요? 꿈을 가진 게 아니구요?”

저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가뜩이나 요즘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모르는 아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꿈이 없는 아이들이 많은데,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이 아닐까요?

실제 학교 선생님들을 만나보면, 자신이 왜 공부를 하는지 모른 채 그냥 하라고 하니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돌이켜보면 저 역시 학창시절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자기주도학습이라는 말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한 아이의 아빠로서 제가 제일 걱정되는 게 뭔지 아세요?

“아들! 나중에 뭐하고 싶니?”

“저, 하고 싶은 거 없는데요.”

혹시라도 제 아이와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되면 어쩌나, 문득문득 불안해집니다. 게다가 공부는 아주 잘 하지도 못 하지도 않는 중위권 정도라면? 생각만 해도 답답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 아이가 무엇을 하든 인정해 주는 편입니다. 아직은 어려서 꿈이 무엇인지 하루에도 열두 번도 더 바뀌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앞으로도 존중해 줄 생각이구요. 무엇을 하느냐보다는 어떻게 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청소부가 되겠다고 한다면, 그것도 인정해 줄 생각입니다. 그러면 청소차 100대쯤 가진 청소업체의 사장이 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청소를 통해 거리를 깨끗하게 하는 것이 기쁘고 즐겁다면, 분명 자신이 좋아하는 만큼 그 분야에서 발전할 것입니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죠.

물론 부모님들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부를 잘 하면 안정된 삶을 살아갈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니까요. 솔직히 저도 제 아이가 공부를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해도 실망하지는 않을 겁니다. 공부를 잘 하는 것은 삶에 있어 한 가지 방법일 뿐이잖아요. 대신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대해서 부모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도와주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사실 음악 분야의 경우 부모님의 적극적인 동의하에 준비를 해나가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심한 반대의 벽에 부딪히기도 하구요. 더러는 무조건 반대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데리고 찾아오는 분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미리 전화를 해서 ‘넌 안 된다’고 말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게 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것은 그 아이들의 소중한 꿈인데, 도대체 제가 무슨 자격으로 다른 사람의 소중한 꿈을 너는 된다, 안 된다 하는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겠어요?

사실 부모님이 적극적이라고 해봐야 실질적으로 해 줄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부모님들께 부탁하고 싶은 것은 자녀들이 무엇인가 하고 싶다고 표출했을 때 그것이 공부가 아니더라도 ‘쓸데없는 것’으로 간단히 치부해 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겁니다. 그것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 주는 부모가 되었으면 하는 거예요. 막연한 걱정보다는 함께 아이의 길을 찾아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노영주 파워보컬사운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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