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못 믿어' 지멘스 은행업 진출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독일 전자·가전업체 지멘스가 은행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은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금조달원을 다각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멘스가 은행업 인가를 확보해 금융 프로모션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유동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와 같은 비금융권의 은행업 진출은 금융권의 신뢰도 추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유럽 비금융권 기업의 은행 신뢰도는 크게 훼손됐다. 유럽 은행권의 이른바 '자금 역류'에서 보듯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이 사실상 마비됐기 때문. 설상가상 유럽의 재정위기까지 겹치면서 불신의 벽은 더욱 높아졌고, 기업은 자금줄 확보를 위해 은행 대출 대신 채권시장으로 발을 돌리는 상황이다. 실제로 무역업체 하니엘과 독일 최대 시멘트업체 하이델베르크시멘트, 트럭제조업체 맨 등이 최근 수년간 자금확보를 회사채에 의존하고 있다.

지멘스 역시 “이번 은행권 진출은 판촉을 위해 소비자금융 서비스를 다양화하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은행을 소유하게 되면 중앙은행에 대한 접근성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한 지멘스는 현재 90억유로(110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일반 은행에 비해 훨씬 안전한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에 예치하겠다는 것. 이와 관련 지멘스는 “분데스방크는 우리에게 ‘현금 피난처’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은행권에 진출한 자동차업체 BMW와 폴크스바겐은 금융 프로모션에 집중하면서도 소액 금융서비스 업무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지멘스의 경쟁사 제너럴일렉트릭(GE) 역시 은행업 진출 이후 서민이나 중소기업을 상대로 하는 대출 업무를 확대해 오고 있다. 지멘스는 “상업은행 업무에 주력할 생각은 없다”면서 “상업은행 면허는 신청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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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수 기자 chs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