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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번 염색체 미세결실 증후군'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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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200여 명밖에 없는 희귀병 중의 희귀병

[아시아경제 강경훈 기자] "귀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는 의사 선생님의 질문이 그 때는 무슨 의미인지 몰랐어요. 1년 정도가 지나 갑자기 아이가 '엄마 이상해.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라고 말했을 때까지도 어떤 상황인지 받아들이는 데 힘들었습니다. 환청이 시작된 거예요."

경대(16세. 가명) 엄마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앞으로 또 어떤 병이 나타날지 모르겠습니다. 허리도 점점 휘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까 경대를 보는 게 더 힘이 듭니다."
CATCH22 증후군. 우리말로는 '22번 염색체 미세결실 증후군'이다. 23쌍의 상염색체 중 22번째 염색체의 끝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유전질환이다. 어머니와 아버지로부터 염색체를 반씩 물려받게 되는데 이때 22번 염색체의 한쪽 끝 부분이 잘려 나가면서 유전자 조절이 안 된다.

염색체 반쪽이지만 나타나는 질병 다양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세미나실에서 22번 염색체 미세결절 증후군 환우 모임이 열렸다. 1년에 두 번 있는 모임이다. 이날 모임에는 16명의 환자 가족이 참석했다. 내년에 고등학교에 가는 아이를 둔 부모부터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의 부모까지. 어린 아이의 부모들은 아직 현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염색체 하나가 제대로 붙지 않았을 뿐이지만 이 증후군 사람들은 가늘고 짧은 눈매, 낮은 콧등, 코 너비밖에 안 되는 입 크기, 구순구개열 등 얼굴에서 뚜렷한 특징이 나타난다. 엄마 뱃속에서 자라면서 발달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에 구개열 수술을 한다고 해도 비음이 섞이고 발음이 부정확하다.

가장 심각한 것은 심장 기형. 약 80%의 사람들이 심장에 이상이 있어 수술을 해야 한다. 보통은 임신 중 초음파 촬영이나 소아과에서 심장에 이상이 발견돼 '혹시'하는 생각에 유전학클리닉으로 의뢰를 해서 확진을 받게 된다.

환자가 많은 것도 아니다. 유한욱 울산대 교수팀(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전질환클리닉)이 2000년 3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약 10년 동안 모은 환자가 모두 102명이다. 우리나라에 모두 약 200여 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102명 중 83.3%는 심장기형, 68.1%는 면역기능저하, 56.5%는 구개열, 26.5%는 저칼슘혈증으로 인한 간질발작, 13.2%는 콩팥기형, 11.1%는 면역계질환, 83.6%는 발달지연, 2%는 정신분열병, 10%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있었다.

하지만 통계적인 의미일 뿐 떨어져 나간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겪는 증상도 천차만별이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이범희 임상강사는 "이 병에 대해 어떤 의사는 종합병원의 모든 과 의사들이 관여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며 "의사들의 협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는 의사 별로 없어 통합 치료 안돼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수두나 홍역 백신도 의사에게 물어가면서 맞아야 한다. 면역계에도 이상이 있어 갑상선 등 내분비계가 영향을 받기 쉽고 소화기 발달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위 역류가 잦고 쉽게 토한다. 중이염 같은 감염도 쉽게 되고 청력도 떨어진다.

또래에 비해 체구가 작고 어눌하고 수업을 따라가기 쉽지 않기 때문에 한창 민감한 나이에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기도 쉽다.

무엇보다 이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없어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해 오해를 하기 쉽다. 5살짜리 아들을 둔 박규희(34. 가명)씨는 "아이가 말이 늦어 재활치료를 일찍 시작하려고 했지만 원래 남자 아이들이 늦을 수도 있는 것인데 왜 부모가 조급하냐는 친척 어른들의 핀잔만 들었다"며 "희귀병이다 보니 의사들도 잘 몰라 재활의학과에 가서도 더 지켜보자는 말만 수도 없이 듣게 된다"고 말했다.

희귀병으로 등록이 돼 있어 그나마 의료비의 본인 부담은 10%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목만 지원받을 수 있을 뿐 가장 중요하고 꼭 필요한 항목은 거의 대부분 비보험이다. 구개열 수술 후 꼭 필요한 언어재활 치료조차 비보험이다. 세균성 폐렴으로 중환자실에 10일 정도 입원을 하면 의료비를 지원 받아도 본인부담금이 500만원이 넘게 나오기도 한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환우회 인터넷 카페 운영자인 정수욱 씨는 "가장 힘든 건 우리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다는 것"이라며 "희귀난치병 중에서도 희귀한 축에 속하기 때문에 거의 관심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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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훈 기자 kw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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