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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기]김태원④ "대마의 후유증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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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발매된 부활 아홉 번째 앨범에 실린 단체 사진(왼쪽부터 엄수한, 서재혁, 정단, 채제민, 김태원)

2003년 발매된 부활 아홉 번째 앨범에 실린 단체 사진(왼쪽부터 엄수한, 서재혁, 정단, 채제민, 김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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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1992년 10월 과천 구치소. 하얀 복도를 통과하는 김태원(45)은 눈앞이 캄캄했다. 포승줄에 묶인 두 손. 냉기 고인 발은 점점 세상과 멀어졌다. 철문이 열리자 이내 쇠창살이 온몸을 옭아맸다. 앞으로 할 일은 잘 알고 있었다. 5년 전 서울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당시 혐의도 대마관리법위반이었다.

지독한 악연은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1975년 국내음악은 록, 포크, 고고 등 다양한 장르의 꽃이 피었다. 화려함은 길지 않았다. 그해 12월 주역이던 이장희, 신중현, 윤형주 등 음악인 50여명이 대마초 흡연으로 굴비 꿰듯 구속됐다. 그들의 노래를 즐겨듣던 김태원은 대마의 정체가 궁금했다. 10살 어린이의 눈은 가벼웠다. 동화 속 묘약을 보는 듯 했다. 본모습을 알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대마를 실감한 건 그로부터 10년 뒤였다. 1985년 김태원은 처음으로 큰돈을 만질 수 있었다. 디 엔드 멤버들을 주축으로 결성한 부활이 데뷔와 동시에 큰 인기를 얻었다. 넉넉한 주머니 사정은 어린 시절 호기심을 떠올리게 했다. 김태원은 큰 고민 없이 대마가 암암리에 거래되던 이태원으로 향했다.

2002년 발매된 부활 여덟 번째 앨범에 실린 단체 사진(왼쪽부터 채제민, 엄수한, 김태원, 서재혁, 이승철)

2002년 발매된 부활 여덟 번째 앨범에 실린 단체 사진(왼쪽부터 채제민, 엄수한, 김태원, 서재혁,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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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맛만 보려고 했다. 은박지 속 1g이 그렇게 무서울지 몰랐다."

피어오르는 회색 연기에 정신은 몽롱했다. 판단력이 흐려지더니 곧 환각상태로 이어졌다. 모든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래서 알 수 없었다. 입구와 출구가 다르다는 사실을. 중독성은 그 어떤 것보다 빠르고 강렬했다.

“깊은 늪에 빠진 것 같았다. 빠져나오고 싶었지만 몸이 따르질 않았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1987년 김태원은 10살 때 텔레비전을 통해 본 음악인들처럼 포승줄에 묶였다. 구치소로 끌려가는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대마 후유증과 수감생활을 동시에 견딜 자신이 없었다. 쇠창살이 눈앞을 가로막자 눈물이 흘렀다. 어머니가 생각났다. 부활의 성공으로 막 효도를 하려던 참이었다. 다시 불효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슬픔이 목까지 차올랐다. 흐느끼는 목소리로 '사랑과 평화'가 부른 '어머님의 자장가'를 읊조렸다.
진심을 담은 노래는 눈물을 쏟아내는 전염병이었다. 각 방마다 울먹이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재소자들에게 김태원의 목소리는 가족과 친구들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첩과 같았다.

"외로운 사람들이었다.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서로 의지하며 수감생활을 이겨낼 수 있었다."

두 번의 구치소 경험은 많은 것들을 되돌아보게 했다. 가족의 소중함, 여자 친구의 사랑. 음악의 소중함까지. 아침공기 맞으며 두 번째 두부를 먹던 날, 김태원은 굳게 다짐했다. 대마를 끊고 다시 새 출발하겠다고. 결연한 표정 뒤로 구치소는 점점 멀어졌다.

2000년 발매된 부활 일곱 번째 앨범에 실린 단체 사진(왼쪽부터 엄수한, 이성욱, 김태원, 김관진, 서재혁)

2000년 발매된 부활 일곱 번째 앨범에 실린 단체 사진(왼쪽부터 엄수한, 이성욱, 김태원, 김관진, 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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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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