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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지 표시제 도입 성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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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김치 살린 국내농산물 살린 ‘원산지 표시제’
“한우 원산지표시제 효과 1조365억 원”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국산 쇠고기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한우 값 한 마리의 산지 평균가격이 584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가축동향에 따르면 한우 수컷(600kg 기준)의 월 평균 산지가격은 지난 1월 584만6000원으로 사상최고가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가는 지난해 12월의 57만9000원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소 이력 추적제 시행에 따라 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산지 한우 값이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원산지 표시제가 도입되면서 한우 농가의 수익을 껑충 뛰게 하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원산지 표시제의 영향은 비단 한우에 국한되지 않는다. 돼지는 1분기 976만8000마리로 전분기 보다 18만3000마리(1.9%)가 늘고, 알을 낳는 닭인 산란계는 6252만4000마리로 전분기 대비 44만3000마리(0.7%) 감소한 데 반해 고기를 얻으려고 키우는 육계는 7269만2000마리로 전분기 549만8000마리(8.2%)가 늘었다. 돼지고기와 육계가 증가한 것은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시행에 따라 국내산 소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란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이처럼 원산지 표시는 국민의 안전한 식생활을 보장하는 것과 동시에 생산자, 나아가 기업 모두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가 모든 쇠고기 취급 음식점으로 확대된 2008년 7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18개월 동안 직접적인 효과는 무려 1조36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분석 기간 한우 생산액의 20%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쇠고기 음식점원산지표시제는 쇠고기 수입국을 명시하고 국산인 경우에도 한우와 육우를 구분해 표시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2007년 1월 1일부터 300㎡이상 일반 음식점의 구이용 쇠고기를 대상으로 시작됐으나, 광우병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7월 모든 쇠고기 조리음식점과 급식소로 확대됐다. 또한 돼지고기, 닭고기, 쌀, 김치도 2008년 12월부터 의무시행에 들어갔다.

오세익 농촌경제연구원 원장은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도입 이후 한우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가 증가하면서 한우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소비량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실제 농촌경제연구원이 2009년 8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한우 소비 의향이 약 7.2%P 증가했고, 국내산 소비량도 2007년 17만1000톤에서 지난해 말 19만5000톤으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원산지 표시제도는 쇠고기를 취급하는 일반음식점의 한우고기 사용 비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쇠고기 취급 업소 중 60%가 한우고기 사용을 늘렸다는 지적이다. 음식점 한우고기 사용비율이 제도 시행 전 46.1%로 절반에도 못 미쳤지만, 시행 후 75.0%로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쇠고기 수입이 5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육류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된 쇠고기는 냉장·냉동을 합쳐 19만7857톤으로 2008년 수입량 22만4147톤보다 11.7% 줄었다.

이처럼 원산지 표시제는 국내산과 중국 등 수입산의 경계를 엄격하게 구분짓는 잣대로 제 구실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국내산의 가격 경쟁력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쌀(20kg)은 2007년 6705원이던 수입산과 국내산의 가격차가 지난해 9758원 커졌다. 국내산은 크게 가격변동이 없었지만, 수입산은 3만3500원에서 3만600원으로 떨어졌다.

김치에 대한 음식점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되면서 수입산 김치 수입도 급격하게 줄었다. 2007년 2059톤이던 김치 수입량은 2009년에는 111톤으로 95%나 감소했다. 또한 지난해 김치 수출액은 8939만 달러, 수입액은 6634만 달러로 2305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해 4면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음식점에서 김치 원산지 표시가 정착되고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다.

백운활 농식품부 소비안전정책과 사무관은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가 수입산의 가격하락에 100%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없지만 쌀, 배추, 김치는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원산지 표시제도는 일본, EU 등 다른 나라의 벤치마킹이 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원산지표시제 품목을 올해도 대폭 늘려 나갈 계획이다. 8월부터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천일염과 막걸리를 포함한 전통주도 원산지 표시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또한 내년부터는 한의원 등에서 제조하는 한약과 그 제품원료인 한약재에 대한 원산지표시가 의무화된다. 원산지표시 대상 업소는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제약회사 590곳, 한방병원 139곳, 한의원 1만1424곳, 한약방 1393곳, 한약조제약국 2만7080곳, 한약국 510곳 등 모두 4만1136곳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정부는 한약재 원산지 감별기법을 개발, 원산지 위·변조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중독 우려가 높은 한약 지정을 확대하는 등 한약·한약재 관리를 대폭 강화키로 했다.

원산지표시는 비단 생산자와 소비자에게만 득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오는 8월 '소금 원산지 표시제'가 도입이 확정되면서 식품업계에선 천일염 제품 생산 붐이 일고 있다. 천일염은 특히 일반 소금에 비해 염화나트륨이 적고 천연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지만 정제소금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수입산과 국내산을 구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소금원산지 표시제 도입이 확정되면서 식품업계들이 너나할 것 없이 첨일염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전남 신안군에서 생산된 국내산 천일염제품을 선보였고, 대상 청정원, 샘표식품 등도 천일염제품을 개발해 내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금시장 규모는 1840억원에 달한다.

농식품부는 원산지 표시제로 국산 농산물이 외국산에 비해 고급품이란 소비자 인식이 확산됐고, 국산 농산물 간에도 지역·품질에 따라 상품을 차별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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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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