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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생들이 봄날 고궁으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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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지난 9일 ‘총장님과 함께하는 역사문화체험’ 개최


[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 “일제가 조선 왕조를 ‘이조’라고 폄하하기 위해 저렇게 용마루에 오얏을 박아넣었습니다.”

지난 9일 오후 창덕궁(昌德宮) 인정전(仁政殿) 앞에서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이 함께 자리를 한 100여명의 이대 재학생들에게 인정전에 숨겨진 비밀을 설명하자 학생들의 눈이 순간 놀라움에 크게 뜨며 탄식을 터뜨렸다.
조선 왕의 성씨 ‘이(李)’에 오얏이라는 뜻이 있다는 점을 이용해 일제가 궁궐의 가장 중요한 건물 제일 높은 곳에 ‘몹쓸 장난’을 쳐놓았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나라를 빼앗겼을 때는 이렇게, 구석구석까지 철저하게 유린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여러분들은 우리 것을 제대로 알아야 진정한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다”고 말하자 학생들은 저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 이화여대 네 번째 ‘총장님과 함께하는 역사문화체험’ 행사= 이날은 이대가 ‘총장님과 함께하는 역사문화체험’ 행사를 연 날. 창덕궁에는 100여명의 재학생들이 모였다. 이 행사는 재학생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고 우리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기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2008년 종묘를 시작으로 경복궁, 서오릉에 이어 벌써 네 번째다.

역사학자인 이 총장은 평소 학생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로 체험행사를 손수 기획하고 진행해 왔다.
학생들의 호응도 높다. 총장님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평소 들을 수 없는 한국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기회라는 입소문에 매 번 100여명의 학생들이 참가 신청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이화여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학생 20여명이 참가하기도 했다.

이날 이 총장은 학생들과 함께 금천교를 시작으로 인정전, 대조전(大造殿), 낙선재(樂善齋)를 따라 옥류천(玉流川)까지 창덕궁 곳곳을 둘러보며 우리 역사와 문화 이야기들을 학생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 줬다.

◆ 구석구석 숨은 이야기에 학생들 고개 끄덕=이 총장은 창덕궁에 대해 “자연과의 조화가 잘 드러난 궁(宮)”이라고 설명했다. 궁궐이 등지고 있는 북악산과 자리잡은 지형을 잘 고려해 자연스럽게 건물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창덕궁은 그에 따라 동쪽으로 치우치게 지어졌지만 우리 조상들은 단순한 평면을 고집하기보다 건축물에서도 조화를 구현하고 자연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는 해설에 학생들은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대해 중국에서 온 루오 잉(국제교류학과 1학년)씨는 “중국과 한국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그동안 궁금했는데 총장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자연과의 조화를 고려했다는 점이 중국과 다른 것 같고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왕비의 침전인 대조전에서는 학생들의 큰 호응이 터져나왔다. 이 총장이 “대조전이 왕의 침전인 희정당(熙政堂)보다 높은 곳에 자리잡아 계단을 올라와야 한다”며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은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니 학생들의 환호가 터져나온 것. 이 총장은 “실제로 조선시대에 여성들은 집안이나 왕가에서나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고 왕비들은 왕조가 유지되는 이음새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 학생들···봄날 바람도 쐬고 우리 문화도 배우고=이날 행사는 마침 화창한 봄 날씨 속에서 치러졌다. 학생들은 즐거운 나들이면서 동시에 좋은 강의라는 반응이었다.

영어영문학과 4학년 정현교씨는 “시험을 앞두고 바람 쐬는 기분으로 나왔는데 모르고 지나칠 만한 것까지 총장님이 자세하게 설명해 주셔서 참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행사가 마지막이라고 해서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초등교육학과 4학년인 노수진씨는 “총장님께 잘 배워두고 다음에 선생님이 돼서 학생들에게 가르쳐주면 좋을 것 같아 왔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그는 “자연과의 조화를 구현했다는 점이 기억에 남고 연못의 잉어가 등용문을 거쳐 규장각으로 오른다는 개념도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외국학생에게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몽골에서 온 브럴징(경영학과 1학년)씨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그동안 기회가 없었다”며 “총장님의 설명을 친구들과 함께 들을 수 있어서 참 좋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조금 어려운 말이라 알아듣기 쉬운 건 아니지만 함께 온 친구가 설명해 줘서 알 수 있다”며 웃었다.


◆ 이배용 총장 “우리 것부터 알아야 제대로 된 글로벌 인재”=행사 내내 학생들과 꼭 붙어다니며 즐거워보이던 이 총장. 이 총장은 역사문화체험 행사에 큰 애착을 보였다.

이 총장은 “이 행사를 시작하던 2008년 2월에 숭례문 화재 사고가 있었다”며 “일제는 우리 문화를 알아서 파괴했지만 지금 우리는 몰라서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우리 역사와 우리 것을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누구도 지켜주지 않고 시간이 흐려면서 더 잊혀져 갈 뿐”이라고 설명하고 “진정한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서라도 우리 것을 잘 알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총장은 “직접 와서 설명을 듣고 나면 가슴에 새길 수 있고 책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새롭고 재미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체험을 하고나서 어머니, 남자친구를 데려와서 설명해 주면 ‘어떻게 그런 것까지 다 알고 있냐’며 감탄하더라는 얘기를 학생들이 해준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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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kuert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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