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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금기깨고 야생으로 나온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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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무 부국장 겸 산업부장] 청바지 차림에 달랑 티셔츠 하나 입고 세계가 주목하는 첨단 IT제품의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바로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 그는 지난 1997년 애플의 CEO로 복귀한 이후 올해까지 13년째 연봉 1달러만 받고 있다.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쿠데타로 쫓겨났지만 '토이스토리'로 재기에 성공한뒤 '아이팟'으로 다시 애플의 영광을 구현하기 시작했다. 그에겐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야생의 창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CEO로 두산의 박용만 회장을 꼽을 수 있다. 첨단 IT제품의 얼리어댑터로서 잘 알려진 그였지만 그동안은 돈 좀 있고 오너니까 속된 말로 '하고싶은거 맘대로 할 수 있는 사람' 정도로만 인식돼 왔다. 그러다 최근 그에대한 평가가 서서히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아이폰이 나오자마자 '아이폰 홍보대사'인듯 침이 마르게 칭찬하며 아이폰 열풍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트위터를 통해 새로운 소통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필자도 뭐에 홀린양 트위터라는 신세계에 발을 들여놨고 박 회장의 팔로어가 돼 매일 그가 쓰는 140자에 중독되고 있다.
나름 경제신문에서 20년 넘게 기자생활을 하고 10년 가까이 데스크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CEO들과 오너들을 만나왔다. 밥 먹는것 외에 술 한잔 하고 가끔 핸드폰을 할 수 있는 CEO라면 남들에게도 과감하게 '친하다' 또는 '잘안다'고 떠벌려왔던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한꺼풀 벗기면 그 사람에 대해 아는게 없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거 뭔가 달라지고 있다. 트위터라는 매개체에 발만 담그면 어느 누구라도 박용만이라는 국내 굴지의 오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지금 어디 있고, 그의 어머님이 무슨 일을 하시고, 그의 생일이 언제며 등등 철저히 '프라이빗'한 부분을 생생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20년 넘게 기자생활을 하면서 쌓아온 '무형의 자산'이 송두리째 없어진 느낌을 받는다. 어쩌랴. 이제부터라도 다시 쌓을 수밖에….

또 박회장은 얼마 전에 TV에 나와 집과 가족도 공개하고 자신의 24시간을 그대로 노출했다. 지극한 아내 사랑에서부터 젊은 직원들과의 술자리 등등. 일각에선 커밍아웃이라는 극단적인 용어까지 쓰고 있다. 그만큼 대기업 오너의 이같은 일탈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말하는 '회장님 금기사항'을 회장님 스스로가 깨뜨린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처럼 '그들만의 금기사항'이 여러 부분에서 실재한다. 관행처럼 이래야만 하고 이럴 것이다라는 보이지 않는 선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 그 선 밖에 있는 사람이 아무리 외쳐봤자 넘을 수도 없다. 선 안에 있는 플레이어만이 넘을 수 있는 것이다. 박용만으로부터 시작된 금기사항 깨기에 사회 각분야의 리더들은 주목해야 한다. 일과성 깜짝쇼는 숱하게 있어왔다. 거기에 현혹당할 사람도 별로 없다. 선의 테두리 안에 있는 리더들이 신념을 갖고 지속성을 담보하며 그들의 금기사항 깨기에 나서야 한다. 왜 그래야만 할까. 우리 사회는 점점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계층을 뛰어넘어 계급사회로 가고 있다면 과한 생각일까. 돈, 권력, 가문 등등으로 얽히고 설킨 폐쇄적 슬림화는 점입가경이다. 더구나 고착화되면서 그 선들은 콘크리트 마냥 단단히 굳어지고 있다.
박용만 회장의 일탈은 단순히 개인적 취향으로 접근할 성격이 아니다. 그의 신소통문화는 열린사회로 수렴된다. 알을 깨고 부화하듯이 우리 사회의 리더들은 금기사항에 자신을 묶어놓을게 아니라 야생의 개척자가 돼야 한다. 주어진 것에 안주하고 지키려는 안이함과 따뜻함을 과감히 떨쳐야 한다. 박 회장 보다 젊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프레젠테이션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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