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단기외채 급증 또 '빨간불'

지난해 상반기 순유출서 8월~12월 해외 단기차입 100억달러 순증 전환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은행을 비롯한 예금취급기관들의 만기 1년 이하의 단기 차입금 증가속도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 당시 지적됐던 은행들의 과다 단기차입 문제가 다시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취급기관의 단기 차입금 순유입액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108억238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7월 순유출(70억1050만달러)이던 예금취급기관의 단기 차입금이 불과 5개월만에 100억달러가 넘는 순증으로 돌아선 것이다.

월별 순유입액은 8월에는 3억8천920만달러로 크지 않았지만 9월과 10월 본격적으로 늘어 40억9520만달러와 41억5370만달러를 기록했다. 11월과 12월에는 각각 9억2590만달러, 12억6880만달러였다.

이 기간의 순유입 규모는 관련통계가 나온 지난 1980년 이후 2006년(125억2590만달러)을 제외하면 최대치고 같은 기간 장기차입금(18억8330만달러)의 5.6배에 이른다.

이는 은행들이 지난해 7월까지는 해외 단기 차입금을 갚았지만 국제금융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적극적인 차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단기차입금을 들여와 국내 차입금 상환, 무역지원, 채권 투자 등에 사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지난 1월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외은지점)의 채권투자 잔액 순증액이 50억달러(5조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외은지점들은 국내 채권투자를 위해 자금을 많이 끌어왔는데 지난달 28일까지 외은지점의 국내 채권투자 잔액은 5조6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8~12월 채권투자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던 외은지점들이 올 들어 다시 공세적인 투자로 돌아선 것이다. 여기에는 외은지점에 대한 본점의 통제 완화, 국내외 금리차이 등을 이용한 거래(재정거래) 유인 등이 남아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관련업계에서는 외은지점들의 단기 해외차입 증가와 장기 운용 사례가 외채 증가, 갑작스런 자금 이탈 등으로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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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진 기자 asiakm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