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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시각] 시장이 실물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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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경기를 이끈다.
증시가 오르면 경기가 좋아지고 증시가 떨어지면 경기가 악화된다. 증시가 실물경제를 선반영한다는 것이 통념이지만 예전에는 그랬을 지 몰라도 이젠 아니다.
경기가 좋아질 것을 예상하면서 증시가 미리 오르는 것이 아니라 증시 상승 영향으로 경기가 살아나는 것이다.

증시가 살아나면 소비가 늘어나고 산업생산 지표가 호전되며 궁극적으로 성장률이 높아진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많아진 관계로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익이 부의 증대를 이끌어내고 비록 주식을 처분해 현금을 손에 쥐지 않더라도 소비여력이 확대되게 마련이다.
1000만원을 넣었던 주식계좌 잔고가 2000만원이 되면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서도 1000만원에 달하는 평가익을 향유하는 기분에 어떻게든 소비를 늘리게 마련이다. 이 소비가 기업활동을 활성화시키는 초석이 되고 결국에는 전반적인 경기 호황을 불러낸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증시가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게 되면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고 불황까지 초래된다. 만일 3000만원까지 늘어난 주식잔고를 보고 1000만원의 소비를 했는데 어느 날 잔고가 500만원으로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 심리가 공황상태에 빠지는 것은 물론 실질적으로 부채의 늪에 빠져들게 된다.

손에 쥐지 않았던 1000만원을 사용한 데 이어 원금의 절반인 500만원까지 날라갔으니 더이상 소비는 생각할 겨를도 없고 1000만원의 카드 빚을 마련하기 위해 없는 돈에서 더욱 허리띠를 졸라대야만 한다.
경기가 나쁘지도 않은 데 증시가 폭락할 수 있음을 우리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적나라하게 목격했다. +3~4%였던 GDP가 갑작스레 곤두박질치면서 플러스(+) 부호가 마이너스(-)로 대체됐던 것은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었다.

과열을 넘어 치솟던 증시가 어느 순간 잔뜩 쌓였던 거품을 토해내자 실물경제도 뒤따라 냉각되면서 공황을 우려하는 상황에 직면했던 것은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는다.

제2의 대공황 운운하던 것이 엊그제였는데 이젠 전세계 증시가 연고점을 새로 쓰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공황을 피하고자 전세계가 돈을 무한대로 찍어내고 제로금리를 만들면서 갈 곳 없는 돈이 자본시장 곳곳으로 몰려들자 각종 시장이 급등세를 연출했고 실물경제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우려와 달리 인플레는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주식, 부동산, 심지어 상품시장까지 고공행진을 재개하고 있다.
수많은 투자자와 기업들이 글로벌 자본시장 곳곳에 투자를 한 상태기 때문에 시장가격의 상승은 부의 증대를 불러내고 소비증대와 실물경제 회복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이젠 금이 인플레 헤지수단의 영역을 벗어났다. 휘발류나 난방유 또한 차를 굴리거나 난방을 하기 위한 원료가 아니다. 구리, 납, 아연마저도 생산원자재가 아니라 투자자산이 됐다.

주식, 채권, 외환, 상품, 부동산 어떤 것이든 가격이 오르기 전에 사고, 떨어지기 전에 팔아서 이익을 챙기는 것이 자본주의 최고 덕목이 됐으며, 개인은 물론 제조업, 금융기관 막론하고 이 같은 자본시장에서의 트레이딩에 목숨을 거는 상황을 벗어나기는 힘든 상황이다.

한동안 미증시 시가총액 1위를 고수하던 제너럴일렉트릭(GE)이 시총 10위 밖으로 벗어나게 된 것은 잭 웰치 전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나서가 아니다. 최첨단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 매출의 50%를 늘리다가 금융위기를 맞고 엄청난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투자여력이 없는 자를 빼놓고 어떠한 개인도, 기업도 자본시장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 자본시장은 그 자체로 실물경기를 좌우하는 절대자가 됐다. 문제는 이 절대자가 변신을 거듭한다는 점이다.

자본시장을 모르고서는, 자본시장을 향유하지 못해서는 누구도 살아남기 어렵다. 이미 자본시장이 실물경제를 지배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의 생존을 좌우하는 세상이 됐다.

홍재문 자본시장부장 j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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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문 기자 j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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