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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경영의 귀재, 음악에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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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훈 기자] 얼마 전 잘 아는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로부터 DVD 타이틀을 선물받았다. 사실 개인적인 취향은 성악보다는 기악, 실내악에 더 정이 가다보니 성악과 오페라는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이다. 우선 가사를 모르니 해설집을 붙잡고 불편하게 듣는 것 자체가 싫은 까닭이다.

선물받은 DVD는 이탈리아의 맹인 오페라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의 투스카니 실황공연이었다. '멜로드라마'라는 첫 곡부터 보첼리의 고향 산들에 특별히 만든 무대와 수많은 관객. 그 자체로도 감동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 CEO는 어떻게 이런 음악가를 알고 추천했을까. 요즘 CEO들은 각종 조찬행사부터 야간에 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까지 다양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접하다보니 교육 과정에 교양 강좌로 새로운 음악을 접할 기회가 많아서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얘기가 다른 쪽으로 흘렀지만 사실 세계 10대 오케스트라의 서울 공연장에 가면 여러 기업의 CEO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금융기관장부터 산업계 CEO, 고위 공직자까지 평소에 보기 힘든 분들이 많이 오다보니 VIP 주차장이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 올해 있었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클래식 음악회 다니는 CEO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CEO들이 꼭 클래식이 즐거워서 듣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체면상 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과감하게 CEO를 위한 클래식 곡을 추천해 볼 생각이다.

교향곡은 클래식 공연의 중심

먼저 클래식 공연의 구성은 대부분 10~20분의 서곡이나 소품을 시작으로 협주곡이 한 곡 곁들여지고 1부를 끝내게 된다. 2부에서는 본 공연에 해당하는 교향곡을 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품을 연주하는 것은 사실 지각생을 위한 배려다. 첫 곡이 끝난 후 10분 정도 늦은 분들이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협주곡은 대체로 국내에 잘 알려진 바이올린이나 첼로, 피아노 협연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로는 클라리넷이나 트럼펫 등의 협주곡이 연주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바이올린과 피아노 협연으로 구성된다.
교향곡은 아직까지는 천편일률적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베토벤부터 브람스, 말러, 차이코프스키, 쇼스타코비치 등의 교향곡이 국내에서 자주 연주된다. 특히 해외 유명 연주단체의 경우 국내 애호가들이 잘 아는 곡을 선곡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실 이들 교향곡만 알고 있어도 최고의 연주를 감상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베토벤 교향곡은 3번과 5번, 7번 그리고 9번

베토벤의 9곡 교향곡 중에서는 압도적으로 5번 연주가 많다. 5번 1악장만 여러번 들어봐도 사실 나머지 악장을 감상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빠빠바빰"으로 시작하는 운명의 주제가 계속 변주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의외로 '에로이카' 라는 부제가 붙은 베토번 3번 교향곡도 자주 연주되는 편이다. 본래 나폴레옹에게 헌정하기 위해 작곡됐지만 그의 종신집권 야욕에 염증을 느낀 베토벤이 헌정을 포기했다. 영웅 교향곡이라는 부제가 붙은 데서 알 수 있듯이 꽤 장중한 음악이다.
7번 교향곡도 자주 연주되는 레퍼토리다. 지난 6월에 내한공연을 펼친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도 이 곡을 연주했을 정도.
마지막으로 베토벤 교향곡의 백미인 9번도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곡. 해마다 송년음악회 때에 연주되는 곡이기 때문에 피해갈 수 없는 곡이다. 실제로 정명훈씨가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지난해 말 송년음악회와 올해 초 신년음악회에 모두 합창교향곡을 메인 심포니로 선정하기도 했다.


요즘 최고 흥행카드는 브람스 교향곡

브람스의 교향곡 1~4번도 빠지지 않고 연주되는 곡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내한공연을 펼친 메이저 악단들이 모두 브람스를 연주해 '브람스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람스 교향곡은 가을 분위기에 너무 잘 어울린다. 인생에 대한 희노애락이 네편에 걸쳐 전개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4번 교향곡은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이다.
지난달에 내한해 예매 5일만에 전석이 매진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소품 대신 하이든 교향곡 104번 런던과 함께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을 연주했다. 주빈 메타가 건강상의 이유로 내한하지 않았지만 빈 필하모닉의 현악기 연주는 가히 세계 정상급이라는 사실을 새삼 보여줬다.


말러를 좋아하는 한국인

베토벤부터 시작된 교향곡의 매머드화를 이끈 말러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연주단체의 단골 연주 메뉴다. 말러의 교향곡은 다른 고전주의나 낭만주의 시대 교향곡에 비해 규모가 크기 때문에 장중함을 느낄 수 있는 대작이다.
실제로 지난해 혜성처럼 떠오른 구스타보 두다멜이 이끄는 베네수엘라의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는 무려 200명에 가까운 단원들과 함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무대를 가득 메웠다. 지휘자가 지나갈 공간이 모자랄 정도로 빼곡히 들어선 무대에서 잘 조련된 젊은 단원들은 세계 정상급 연주를 선보였다. 그들은 이 때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했다.
말러 교향곡에서는 부활로 알려진 2번 교향곡과 4번, 5번 교향곡이 주로 연주된다. 6번 이후의 교향곡은 난해한 현대적인 요소들이 가미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향곡 전곡 시간이 너무 길어 자주 연주되지 않는다. 아마도 메이저 악단의 내한공연이 지금보다 늘어난다면 모두 1000명이 연주한다는 8번 교향곡이 오르는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한국인의 정서와 가장 잘 들어맞는 차이코프스키

러시아 악단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지만 세계 메이저급 오케스트라들은 내한 공연에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도 자주 연주한다. 러시아적인 우수가 깔려있는 차이코프스키 작품들은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인 한국인의 코드에 맞기 때문이라고 짐작해본다.
차이코프스키의 단골 교향곡은 5번과 6번. 베토벤의 5번에 견주어 차이코프스키의 운명이라고 불리는 5번 교향곡은 비교적 단순한 차이코프스키의 작곡 선율 덕분에 이해가 쉬운 편이다. 올해 내한했던 도쿄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도 차이코프스키 5번을 연주해 갈채를 받았다.
비창이라는 별명이 붙은 6번 교향곡도 단골 메뉴다. 가장 차이코프스키적이고 러시아적이라고 할 수 있는 비창에는 부제에서 보여주는 여과된 슬픔과 러시아 평원의 겨울을 떠올리게 하는 마력이 숨어있다.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가 올해 내한공연에서 6번 교향곡을 연주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쇼스타코비치와 브루크너 그리고 드보르작

베토벤과 브람스만큼은 연주되지 않지만 근자에 들어 연주 기회가 늘어나고 있는 작곡가들이 쇼스타코비치와 브루크너, 드보르작이다.
쇼스타코비치는 지난 90년대 민주화 이전에는 동서냉전의 영향으로 연주 자체가 금기시 됐지만 구 소련의 붕괴 이후 러시아 교향악단들이 그의 곡들을 재해석하기 시작하면서 실황에서 공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해 여름 내한했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도 쇼스타코비치 5번을 연주하기도 했다.
말러와 달리 고전주의 교향곡의 계승을 주창한 브루크너의 교향곡도 실황으로 볼 기회가 많아진 곡이다. 베토벤에서 브람스로 이어진 교향곡의 적통을 주창한 브루크너의 대표작은 '낭만적(romantic)'이라는 부제가 붙은 4번 교향곡이다. 아름다운 선율 자체 만으로도 낭만이 물씬 느껴지는 게 이 곡의 특징.
체코의 국민음악가 드보르작이 작곡한 신세계 교향곡도 실황으로 접하기 좋은 곡이다. 그가 말년을 미국에서 생활하다보니 마지막 작품인 교향곡 8번과 9번은 미국 교향악단에 의해 자주 연주되는 레퍼토리다. 특히 '신세계로부터(from the new world)'라는 부제가 붙은 9번은 그가 말년의 미국생활 속에서 느끼는 향수를 잘 나타내고 있어 인기가 높다.

조영훈 부국장 겸 금융부장 dubb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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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훈 기자 dubb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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