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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설국열차', 남성적 대오락영화 될 것"(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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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봉준호 감독이 '마더'를 들고 칸을 찾았다. 2006년 '괴물'이 감독주간에 초청되고, 지난해 미셸 공드리, 레오 카락스와 함께 만든 '도쿄'가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된 이래 세 번째 칸 공식 방문이다.

국내 개봉에 앞서 16일 오후 2시(현지시각) 칸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마더'에 대해 유럽과 미국 언론은 대체로 호평을 보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에는 이론의 옂가 없는 극찬이 이어졌다.

'마더'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함께 올 상반기 가장 기대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살인의 추억'과 '괴물'로 한국영화에 한 획을 그은 봉 감독은 '마더'를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간다. 혹자는 박찬욱을 떠올리기도 하고 페드로 알모도바르나 알프레드 히치콕을 연상하기도 한다. 그만큼 '마더'는 봉준호 감독의 이면을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은 17일 오후 5시께(현지시간) 칸 해변가 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변함 없는 유머감각과 친절한 설명으로 답했다.

- '마더'가 모성을 매개로 한 스릴러라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 이 영화가 스릴러라는 목표로 깃발을 내걸었던 작품은 아니다. 엄마가 극한으로 치닫는 이야기인데 극한을 생각하다 보니 살인사건이라는 어두운 스토리가 나왔고 본능적으로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간 것 같다. 엄마가 주인공인 범죄드라마를 해보자는 게 아니라 엄마와 아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이들의 상황을 극한까지 갈까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 '마더' 전반부는 '살인의 추억'과 유사한 느낌이 있지만 후반부로 가면 '살인의 추억'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 시나리오 쓰고 찍으면서 스스로 의식했던 부분이다. 그 과정이 즐거웠다. 자기복제나 자기패러디를 할 만한 연륜은 안 되지만 '살인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편안하게 할 수 있었던 건 중심과 핵심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었다.

- 히치콕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 히치콕을 떠나서 극한의 화면 사이즈 변화를 시도하려는 건 나도 그렇고 많은 감독들에게 있는 충동인 것 같다. 엄마 혜자가 홀로 어디론가 가는 이미지가 반복되는데 그게 이 영화의 핵심적인 이미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유머가 사라지고 어두워졌다.

▲ 모든 건 엄마로부터 비롯된 것 같다. 엄마에 완전히 집중하자고 했다. 스태프들에게도 돋보기 이야기를 했다. 햇빛을 받아 까만 점을 태우는 느낌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였다. '살인의 추억'이나 '괴물'에선 점점 이야기를 벌려나갔지만 이젠 그런 것에 약간 질렸다고나 할까. 그 반작용으로 하나의 점으로 모으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공간적 배경과 시간적 배경이 지워져있다. '살인의 추억'은 풍경 자체가 중요했지만 이번엔 모든 것을 후퇴시켜 엄마에 초점을 맞추도록 했다.

- 김혜자와 부딪히는 부분은 없었나?

▲ 미친 듯 세밀한 것을 주문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난 우연성을 더 좋아한다. 매순간의 다큐라고나 할까. 예기치 못한 우연성이 잘 포착되면 놀라운 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세밀하게 지시하지 않고 갑자기 튀어나오는 생생한 것을 좋아한다. 김혜자란 배우는 접신의 경지에 이른 분 아닌가. 서로 충돌하는 개념은 아니었고 그분이 마음을 열고 시작하셨다. TV드라마와 다르다는 걸 전제로 하고 오셨기 때문에 재미있는 작업이 됐던 것 같다. 김혜자에게서 내가 느꼈던 건 독특한 어두움과 히스테리, 광기 같은 느낌이었다. 아주 예쁜 바위인데 그걸 들추면 벌레나 축축한 흙이 나오지 않나. 김혜자의 그런 부분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 오페라적인 멜로드라마라는 평이 있는데 외디푸스콤플렉스가 감지되기도 한다. 모두 의도인가?

▲ 외국나이로 하면 올해 서른아홉이다.(웃음) 한국에선 40대지만 아직 30대인 젊은 감독으로서 도전하거나 달려들기엔 쉽지 않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소설가든 영화감독이든 누구나 자신의 작품이 클래식이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망상을 하게 된다. 나 역시 안 해본 건 아니다. 어머니와 아들이라는 간소한 세팅에 많은 이야기와 레이어들을 가져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입으로 말하면 너무 거창해지니까 서브텍스트들을 일일이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확연히 있긴 하다.

- 전반부에는 템포도 느리고 장르적 관습도 두드러져 보인다.

▲ 도입부의 골프장 장면이 끝난 후로는 템포와 속도가 느린 편이다. 느린 템포와 익숙한 느낌이 나로선 필요한 것이었다. 진태가 혜자의 집으로 찾아오는 날이 분기점이 된다. 그 지점을 넘고 나면 걷잡을 수 없이 마지막까지 돌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잘 달궈놓은 연장이 단칼에 베듯 영화 초반에 그런 게 일정적으로 의도한 바였다. 아무리 지루하다 해도 보통 러닝타임 한시간 전엔 잘 나가진 않더라. 그 뒤엔 질풍처럼 밀어붙이는 거다.

- '마더'는 침체에 빠진 한국영화에 기대작으로 꼽혔다. '살인의 추억'과 '괴물'의 성공 이후 그와 반대로 나가기 위해 '마더'를 만든 것인가?

▲ 난 '괴물'이 1000만명을 넘는 사태가 벌어질지 정말 몰랐다. 처음부터 어떻게 하면 제작비를 회수할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 영화가 1300만명을 모은 건 독특한 현상이었던 것 같다. 주어진 스토리나 캐릭터, 꼭 찍고 싶었던 충동으로 간신히 완성해내는 입장이라서 '살인의 추억'이나 '괴물'이 흥행에 성공했던 건 행운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마더'를 구상한 건 2004년 '괴물'을 준비하던 때였다. '괴물' 관객수를 생각해서 기획한 건 아니다. 하고 싶은 걸 하는 건 행복한데 초조한 건 마찬가지다.

- 차기작으로 알려진 '설국열차'는 어떻게 되고 있나?

▲ '설국열차'는 옆으로 퍼지면서 깊게 들어가는 영화를 만들까 한다.(웃음) 단추를 끝까지 채우고 눈에 힘을 주면서 찍은 게 '마더'라면 '설국열차'는 '괴물'처럼 단추를 몇 개 풀고 시원하게 소리지르는 거칠고 파워풀한 남성적인 영화가 될 것 같다. 대오락영화가 될 것이다. 각색은 서울에 돌아가면 시작하려 한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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