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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리더의 책꽂이]이사, 천하의 경영자 上·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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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천하의 경영자 上·下
차오성 지음/ 강경이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각권 1만8000원

한때 중국을 읽으려면 먼저 김용을 읽으라는 소문이 항간에 돌았다.
김용은 누구인가. 그는 무협소설사에 길이 남을 불멸의 고전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를 쓴 무협작가 ‘김용’(金庸, 중국어 발음 ‘진융’) 선생을 말한다. 말하자면 선생은 원고지 시대가 낳은 천부적인 입담꾼(스토리텔러)이다. 반면 ‘이사, 천하의 경영자’를 쓴 차오성(曺昇)은 인터넷 시대가 탄생시킨 중국 역사 전문 발군의 ‘스토리텔러’라고 하겠다.

차오성은 이제 겨우 서른하나. 김용은 팔십이 훨씬 지난 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로 풀어내는 입담이 단연 발군이며 두루 고전에 해박하다는 점에서 가히 공통점이 묘하게 쌍둥이처럼 겹친다. 차오성에 대해 평단이 말하길 “노신의 예리함과 밀란 쿤데라의 감각을 지녔다”고 극찬을 했단다. 틀리지 않는 얘기다.

다만 나는 비틀어 말하고 싶다. 김치로 비유하자. “김용이 곰삭은 맛(정통)이라면 차오성은 신선한 겉절이 맛(퓨전)”이라고나 할까나.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책장을 잡는 순간부터 자신도 모르게 밤을 새며 읽게 만드는 마력적인 재미를 선사하다’는 점에서는 김용 선생이나 차오성 둘 다 정말이지 막상막하이다.

책은 전국시대 말기에서 시작해 통일 진제국에 이르는 대변혁의 시대를 배경으로 전면에 이사(李斯)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초나라의 하급관리에 불과했던 이사가 어떻게 통일 진제국의 2인자인 재상에 승승장구로 오를 수 있었는지를 아주 실감나게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파헤치며 추적한다.

추적의 첫 무대는 냄새나는 측간(화장실)이 그 시작이다.
‘뜻을 품다’(上, 17쪽)가 그것이다. 측간의 생쥐와 곳간의 생쥐를 비교하며 인간의 어질고 어리석음, 즉 성공과 실패도 쥐들과 마찬가지로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걸 유감없이 드러내 보여준다. 이윽고 이사는 속된 말로 철밥통 직장을 때려치운다.

그러고는 당시 최고 명망을 누리던 사상가 순자의 문하생이 기꺼이 된다. 순자의 문하에서 한나라 귀족 출신의 한비와 우정을 쌓고 진나라로 건너가 여불위와 인연을 어떻게 맺고 또 진나라의 왕 영정 밑에서 신하로 객경이 되었는지를 상편은 오롯이 기술한다.

하편의 시작은 전형적인 기승전결(起承轉結) 스토리에서 바로 전(轉)에 해당한다 하겠다. 이사는 하루아침에 왕과 종실 세력으로부터 ‘축객령’(下, 17쪽)이 떨어진 신세에 처한다. 때는 초겨울. 육국(초, 한, 위, 조, 제, 연)에서 진나라로 입신양명 차 들어온 자들은 영정의 단호한 칼바람에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모두 반항하지 못하면서 ‘고향 앞’으로 행렬을 짓는다. 이를 두고 사마천의 ‘사기’에서는 ‘굵은 새끼줄과 같다’고 묘사했다, 식으로 차오성은 자신의 해박한 고전 지식을 슬쩍 눙친다. 차오성은 중국 반만년 역사를 훑어 봐도 이사와 한비, 이 두 남자처럼 후대에게 귀감이 되는 단짝은 흔치 않다고 책에서 무릇 주장한다. 요컨대 천하의 경영자는 진시황이 아니다.

어쩌면 진시황을 움직였던 2인자 이사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사의 숙적이자 친구였던 한비일지도. 앞으로는 중국을 제대로 알려면 ‘진융’이 아니라 ‘차오성을 읽어야 한다’는 소문이 날지도…. 이 책을 읽고서 든 내 심정이다.

심상훈 북 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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