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己丑年)은 12간지로 따지면 소의 해. 소는 빠르지도 더디지도 않은 우직한 걸음걸이를 갖고 있다. 하지만 끈기를 바탕으로 소는 천리를 걸어간다. 십리가 4km라는 점을 감안하면 천리는 약 400km.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에 못미치지만 대구까지보다는 먼 거리다.
전통적인 농경사회를 이루었던 우리의 역사적인 전통에서 보면 소는 우리 민족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었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논밭 팔고 소 팔아 자녀를 대학에 보냈을 정도다. 소는 논밭을 경작하는데도 중요한 농기구의 하나이었을 뿐 아니라 주요 재산목록 1ㆍ2위에 오르는 중요한 자산이었던 셈이다. 단원의 그림에도 소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이중섭 화백이 주요 소재로 삼은 것 또한 소다.
우보천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은 이번 경기침체 국면을 넘어서면 우리경제가 선진국형 저상장 괘도에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함께 이번 위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1980년대 일본, 1990년대 미국이 겪었던 '10년 불황'에 빠져들 수도 있다는 전망도 꼽씹어봐야 한다.
그래서 올해가 중요하다. 기업들은 세계경제의 흐름이 바뀌는 시점에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찾아서 연구개발(R&D)에 나서는 동시에 우수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국민들도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개인의 역량을 리모델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와함께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재테크 시장에도 먹구름이 여전하다는 점을 감안해 기본기에 충실한 재테크전략도 잊지말아야 한다. 경기 침체국면에서 종자돈을 마련하고 리스크 관리에 성공할 경우 회복국면에서는 매우 유용한 종자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각종 제도와 정부 시스템을 장기적인 성장을 이끌도록 개혁해야 할 것이다. 장기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개혁은 지난해 새 정부출범 당시의 구호성(?)에서 벗어나 좀더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초점을 맞춰 진행해야 한다.
냄비 근성으로 일희일비한다면 올해 우리가 겪게될 파고가 아무 의미없는 버려진 시간 속에 묻혀버릴 수 밖에 없다. 올해 우리가 잘 대비하면 저성장 기조에서도 높지는 않지만 장기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우보천리.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순간은 답답하지만 그 발걸음이 모이면 우리가 그토록 염원했던 선진국 반열에 진입하는 계기도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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