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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에서 위안을…기댈 곳 없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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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현실 속 '위로'는 로또…늘어나는 구매행렬
상반기 로또 판매액 1조8583억

지난 16일 ‘로또 명당’으로 알려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의 한 로또 판매점에서 사람들이 로또를 구매하고 있다.

지난 16일 ‘로또 명당’으로 알려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의 한 로또 판매점에서 사람들이 로또를 구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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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지난 주 '로또' 복권 판매 마감(토요일 오후 8시)을 두 시간 앞둔 16일 오후 6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부근 로또판매점 앞은 장사진을 이뤘다. 이곳은 로또를 처음 발매한 2002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1등 당첨자 6명을 배출(?)한 '명당'이다.

줄을 선 인원만 어림잡아 30여명. 복권을 사기 위해 직접 줄을 서 구매까지 걸린 시간은 10분 남짓이다. 면면도 다양했다. 퀵 서비스 배달원은 하던 일을 멈추고 헬멧을 쓴 채 대열에 합류했고, 아이의 손을 꼭 쥔 30대 주부와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까지 세대마저 초월했다.
앞치마를 두른 채 줄을 선 길 건너 식당 종업원 이모(56)씨는 "저녁 손님이 많아지기 전에 짬을 내 나왔다"며 "로또가 되면 이제 주방일도 그만하고 아이들에게 그동안 못해준 것들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2주에 한 번씩 로또를 산다는 이정우(66)씨는 "1등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면서도 "나보다 내 자식들, 손주들을 위해 막연한 기대감으로 로또를 구매한다"고 전했다.

로또를 사는 이들의 심리는 비슷했다. 일확천금의 기회를 노리기보다는 기댈 곳 없는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위안을 찾자는 차원에서다.

취업준비생 황모(26)씨는 "로또에 당첨된다고 해서 취업준비를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취업에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조금이라도 부모님께 손을 덜 벌리면서 취업준비를 하고 싶어 산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박모(33)씨는 "로또 1등이라고 해봐야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 사면 전부"라며 "막연한 기대감이라도 있어야 한 주 한 주 버틸 수 있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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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청년실업률이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자리 부족, 경기불황 등 어두운 현실도 로또 구매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로또 열풍을 '사회적 불안심리'로 풀이했다. 임 교수는 "사회 전반적으로 열심히 일한만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없어 불안심리가 팽배해 있다"며 "미래가 불투명하다보니 소소한 기쁨, 작은 기대감이라도 얻기 위한 행위가 로또"라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로또 판매액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149억원 늘어난 1조858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로또 판매액은 3조55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 판매액은 지난해 기록을 가뿐히 넘어설 전망이다. 2014년 말 6015곳이던 로또 판매점은 1년 반만인 지난해 6월 기준 6834곳으로 늘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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