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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사장님 150만 시대…"오늘도 살얼음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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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사장님 150만 시대…"오늘도 살얼음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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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기업이 당당한 나라]<상>현실에선 글쎄…
아이 아프거나 집안일 생겨 업무 집중 못하면 '내탓'
정부 정책 넘어 '성평등' 사회적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국의 호형호제 문화에 호탕하게 녹아들지 못한 제 잘못이죠." 생활용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여성 기업인 A씨의 푸념. 우여곡절 끝에 회사를 어느 정도 키우는 데 성공했지만 거기까지. 끝내 그의 발목을 잡은 건 술자리를 동반한 한국적(?) 비즈니스 방식. 그렇지만 A씨는 세상이 아닌, 여성으로서 사업을 시작한 자신을 책망하는 데 더 익숙했다. "아이가 아프거나 집안일이라도 생겨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면 모든 게 내 탓 같아요. 회사와 집을 어깨에 짊어지고 외딴섬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이에요."
"임신한 배 가리려고 한복을 입고 다녔어요." 믿어지는가. 이은자 철은인터내셔날 대표의 실제 경험이다. 그는 "1980년대에 창업할 때만 해도 '임신한 여성이 무슨 사업을…' 하는 편견이 심했어요. 한복으로 배를 가리고 고객사·협력사의 남성 대표들을 만나니 그나마 말은 들어주더라고요." 1980년대 이야기일 뿐 지금은 달라졌을까. 이 대표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매일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죠." 기계부품업체 바이저를 운영하는 송미란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여성 기업인으로 살아가는 삶을 이 한마디로 정리했다. 송 대표는 "사업을 유지할 수 있던 건 내 삶의 90% 이상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야만 겨우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게 현실인 탓이다.

'여성기업 150만 시대'라는 말이 무색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통계청의 '2015년 기준 경제총조사 잠정결과'에 따르면 여성이 대표로 있는 기업은 총 145만6000개다. 전체 사업체 중 37.6%로, 한국에 있는 기업 대표 10명 중 4명이 여성이란 것이다. 이미 '소수'가 아니지만 그들은 여전히 '외딴섬'을 말한다. 이 불편한 진실을 향한 솔직한 고백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왜 여성기업에 주목해야 할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른바 '뜨는' 서비스산업과 IT, 소프트웨어(SW) 등 분야에선 여성 특유의 감성 경영이 주효할 거란 시각은 지배적이다. 여성기업인이 상대적으로 고객만족도나 기업 가치, 종업원 만족도 등과 같은 질적 성과를 더 중시한다는 분석도 있다. 시대 가치에 더 부합한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성이 경영하는 기업은 고용 건전성과 평등 부분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다. 중소기업청과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가 발간한 '2015 여성기업백서'에 따르면 여성기업체의 정규직 비율은 87.6%에 달했다. 여성 중소제조업의 여성인력 고용비율 역시 34.4%로 일반 중소제조업(26.5%) 대비 7.9%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여성이 행복한 대한민국 건설'을 공약한 새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맥이 통한다고 할 수 있다.

여성기업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10배, 20배 더 노력해야 남들과 비슷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불균형을 고치지 않고선 여성, 아니 우리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 건설은 요원하다. 즉 우리 사회는 여성기업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고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그것을 어떤 그릇에 어떻게 담아 정책적 도구를 만들어낼 것인지를 심도 깊게 고민해야 한다. 이런 과정은 단순한 정부의 역할을 넘어 우리 사회의 지배 가치를 변화시킬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한 여성기업 대표는 "새 정부가 여성가족부의 기능을 강화하고 성평등위원회도 설치해 여성정책기구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소식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총론적 접근뿐 아니라 여성기업 육성이라는 각론을 집중적으로 논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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