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의원 겸직 장관에 민원 청탁…삼권분립 훼손·부처 권한 활용해 지역구 챙기기 부작용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 당정협의에서 회의 도중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김태년 의장은 조심스럽게 '순천 잡워드 문제삼지 말아주세요, 김태년 사업'이라고 적현 쪽지를 김영주 장관에게 건넸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국회의원 겸직 장관들이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을 채우면서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는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집권여당의 정책위의장이 당정협의 자리에서 장관에게 개인적인 민원을 넣는가 하면, 정치 일정에 따라 장관의 공식 업무가 뒷전으로 밀리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를 비판ㆍ견제해야 하는 여야 국회의원들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해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도 빈번하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지난해 9월에는 '의원 겸직 장관' 5인이 일제히 국회로 집합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의 인준안 부결을 막기 위해 여당 지도부가 의원 장관 총동원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김영주 장관을 비롯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김부겸 행정안전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모두 국회를 찾아 투표에 참여했다. 특히 김현미ㆍ김부겸ㆍ도종환 장관은 인준안 표결 때문에 당초 예정됐던 해외 출장까지 취소했다. 앞서 김이수 헌재소장 인준안 표결 때도 '정치인 장관'들이 동원됐지만 여소야대의 한계에 막혀 부결된 바 있다.
현역 의원인 후보자들은 인사청문회를 여유롭게 통과하며 '프리패스'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한 야당 관계자는 "여야 청문위원들은 몇 년 동안 동료 의원으로 지냈던 의원 출신 후보자를 강도 높게 심사하기 어렵다"며 "후보자들이 청문위원들에게 '지역구 현안사업에 대한 예산 지원을 잘해 주겠다'는 식으로 어필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영춘 장관의 경우 지방선거 출마설이 끊이지 않는데, 해수부 내에서는 "올해 국정감사를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넘어가려면 김 장관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각종 선거를 중립적으로 관리해야 할 행안부 장관이 현역 의원인 만큼 선거중립 의무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행정부와 국회가 견제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상부상조'하면서 삼권분립이 흔들릴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 충분하다.
그동안 국회 내에서도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긴 했지만 실현되지 못하고 번번이 무산됐다. 2012년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은 국회 쇄신 방안의 하나로 의원의 겸직 금지 범위에 국무총리와 장관 등 국무위원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당내 의견이 부딪히면서 백지화됐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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