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미국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내정자(사진)를 중심으로 북ㆍ미 대화와 관련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하지만 정상회담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CNN방송은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한 뒤 폼페이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회담 준비를 주도하라고 '개인적으로'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 경질을 사실상 결정하면서 일찌감치 대북 대화 창구를 폼페이오 국장으로 결정했다.
폼페이오 내정자와는 별도로 백악관이 매슈 포틴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최고보좌관을 북ㆍ미 정상회담 실무협상 책임자로 지명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국무부는 수전 손턴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 지명자와 마크 램버트 한국 과장을 중심으로 북ㆍ미 대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의 한 고위 관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회견에서 두 사람이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미국의 적극적인 태도와 달리 북한이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서 북ㆍ미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주한 미국 대사에 내정됐다 낙마한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은 일반적인 대화 상대와 다르다. 정상회담은 모든 대화 의제와 동선이 완벽하게 준비돼야 하지만 북한과 미국 모두 준비가 덜 된 것 같다"고 판단했다. 심지어 미국은 주한 미국 대사마저 임명하지 못한 상황이다. 애런 데이비드 밀러 우드로윌슨국제센터 부소장은 시간이 부족하다며 "6월이나 7월로 회담이 미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게다가 오는 5월은 미국이 이란에 제시한 핵 협정 재협상 시한이다. 톰 컨트리먼 전 국무부 국제안보ㆍ비확산 담당 차관보는 "미국이 북한과 이란 문제를 동시에 처리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은 '5월 북미정상회담 추진' 발표 이후 잠시 자제하는듯 했던 대미 비난에 다시 나섰다. 노동신문은 15일 '철면피성의 극치'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미국이 반공화국 인권모략 책동에 광분하면서 우리의 대외적 영상을 훼손시켜 보려고 악랄하게 책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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