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에서 업무를 하는 근로자에게도 중차대한 사안이지만, 중소기업을 비롯한 기업들 역시 생사를 좌우하는 것이라며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터다. 그래서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한 유 부총리에게 물었다. 답은 짧았다. "고용노동부가 곧 입장을 발표할 겁니다." 계획된 일정을 소화하려는 듯 발길만 서둘렀다.
소신을 숨긴 채 말을 아낀 것일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몸을 사리는 것일까. 여러가지 생각이 겹쳐졌다. 단답만 한 채 행사장을 빠져나가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못내 아쉬웠다. 기업들은 근로시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특히 중소기업은 근로시간을 일률적으로 주당 52시간으로 줄이면 내수시장에서는 물론 수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인력 부족과 생산량 감소, 비용 증가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곳들이 부지기수다. 그래서 전날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근로시간 단축 합의에 대한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 부총리는 행사장에서 "중소기업은 우리경제의 기초체력"이라고 강조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고용노동부에 답을 넘기지 말고 경제부총리로서 주도적으로 답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중소기업 생존이 걸린 문제를 차치하고 원론적 얘기만 하고 갔다"는 중소기업 대표의 푸념을 유 부총리도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하루였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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