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A씨는 지난해 5월 10만9000원에 산 가죽 운동화를 애지중지 신었다. 가격이 크게 비싸진 않았지만 맘에 쏙 드는 디자인이었다. 구입 6개월여 만에 세탁 필요성을 느낀 A씨는 동네 세탁업체에 운동화를 맡겼다. 인터넷상에서 세탁 실력이 좋다고 입소문 난 업체였다. 세탁이 말끔하게 끝나 기분 좋았던 찰나. 아뿔싸, 오른발 뒤꿈치 쪽에 있던 로고가 감쪽같이 지워진 게 아닌가. 흥분한 A씨는 세탁업체에 가서 따졌다. 세탁업체 사장은 "양쪽 신발 모두 같은 방법으로 세탁했고 한쪽만 지워진 것은 제품 하자"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A씨 신고로 한국소비자원까지 가게 됐다. 소비자원 신발제품심의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구입 시기와 손상 형태를 고려했을 때 로고 코팅 처리 미흡에 따른 제품 하자"라며 세탁업체 손을 들어줬다.
4일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발 세탁 피해에 대한 소비자 구제 신청은 전년 대비 37.7% 급증했다. 피해 구제 신청 건수는 2015년 236건에서 1년 새 325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상반기(1~6월) 기준 171건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원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신발제품심의위원회 하자 원인 규명 심의가 이뤄진 481건을 분석한 결과 72.1%(347건)가 사업자(세탁업자, 신발 제조·판매업자) 잘못인 것으로 확인됐다.
세탁업자는 주로 스웨이드 등 가죽 소재 신발 세탁 시 과실을 범했다. 가죽 신발의 경우 물세탁 시 경화, 이염, 변색 등 신발 손상 가능성이 높음에도 세탁업자가 소비자에게 사전 고지 없이 임의로 세탁을 해 피해가 다발했다.
제조·판매업자 과실로는 신발의 외피, 내피 등이 가져야 하는 강도나 내마모성이 불량하거나 염색성 불량으로 세탁 시 외피 또는 내피에서 이염, 변색, 탈색이 나타난 사례가 많았다.
사업자의 과실 책임으로 확인된 347건 가운데 보상 합의가 이뤄진 건은 중 244건(70.3%)이었다. 세탁업자의 보상 합의 권고 수용률(78.1%)이 제조·판매업자(58.4%)보다 높았다. 제조·판매업자의 적극적인 소비자 보호 노력이 필요하다고 소비자원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에겐 신발 세탁 관련 피해 예방을 위해 세탁 접수 전 신발 상태를 꼼꼼히 살핀 후 맡기고, 가죽 소재의 신발의 경우 세탁 후 하자 발생이 많으므로 세탁업자에게 세탁 시 특히 주의해 줄 것을 부탁하라고 조언했다. 또 추후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 구입 영수증이나 세탁물 인수증 등 증빙 자료를 보관하라고 당부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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